바르셀로나의 유서를 읽고.

by 주아



"나는 나를 싫어하지 않아. 난 나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지금의 내 모습이 싫은 거야.

내 안에 시커먼 물만 줄줄 흐르지 않는다는 것도, 깊고 빛나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

매일 내가 평범하다고 부르짖지만 대체로 똑똑할 때가 더 많다는 것도, 나만이 보고 쓸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내 솔직함이 부럽다고 하지만, 난 거짓말쟁이였던 거지.

솔직함이라는 탈을 쓰고도, 제일 큰 거짓말은 나 자신에게 했던 셈이야.

그래서 이 이야기를 너에게만 하고 싶었어. 나에 대해 아는 사람은 너뿐이니까.

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


...


그럴 수 없더라도 언젠가 누군가가 읽는다면 내가 얼마나 나를 아끼는지, 얼마나 싫어했는지,

또 얼마나 좋아하고 싶어 했는지를 알아줬으면 해."




-


나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잘하는 것들도 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완벽한 누군가와 비교하며 내가 부족하다 느끼는 시기와 질투.

그 감정을 나의 감정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나.

한없이 이기적이고 부족한 나.

한없이 이기적이고 부족한 나를 대면하기 어려운 나.


나의 한없는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기에

'음식물이 목 끝까지 차 있지 않으면 바로 공허가 찾아온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내 몸과 삶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먹는 것은 선택'한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지 않기를 바라는 나.

그게 '이상하고 잘못된 나.'



'내게 예쁨은 부러움이었고, 욕망이었고, 절망이자 내가 절대 닿을 수 없는 세계 같았어.

그리고 유전과 환경은 어쩔 수 없나 봐.'


그것을 잊기 위해 완전히 다른 사람이나 이방인이 되기 위해 낯선 도시로 향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이.. 내가 나 인 채로는 어디로 가도 그대일 거라는 생각으로 낙망함.



"자기 사진을 싫어하는 것만큼 불행한 건 없지. 그런데 진짜로 내가 나를 싫어하는 걸까?

아니면 지금 이 상태를 싫어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단 한순간도 나에게 만족했던 적이 없는 거야."


그렇기에


"별거 아닌 것들이 늘 별일이라

타고난 걸 부러워만 하다가 간다."는 유서를 쓰게 된 것은 아닐까.



나의 이상은 낭만이지만 현실은 현실.



"내 아름다움을 누군가 알아보고 사랑한다는 건 내겐 목숨과도 같은 일이라 더 부러웠지.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사람은 없어. 누군가 있다고 해도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고

아무도 만날 수 없어. 자신이 없거든."



나 자신이 자신이 없기에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 해도 그것을 불신하고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되는.



"사실 나는 나를 점점 잘라내고 있는 것 같네.

스스로 구기고 구기다가 더는 접히지 않는 단단한 종이처럼.

잘리지도 찢어지지도 않게 단단하게 접힌."




그런 나를 점점 괴롭히다가 결국.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 동감했다.


나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고, 나를 너무나도 잘 알아서 남을 비교하며


더 완벽을 추구하는 삶. 그렇기에 내가 설정한 기준에 내가 부합하지 못한 내가 힘들고


끝없인 가진 자들을 질투하고 절망하면서 그렇게 나 자신을 회피하고.


요즘 같은 '외모 정병'의 시대에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지만.


그렇기에 더더욱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해야만 하는 삶이 너무나 아프다.


물론 내가 잘하는 것들도 꽤나 빛을 내는 모습들도 있겠지만


남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린다.


지극히도 현실은 현실.


부정하고 싶어도 현실은 현실.


비교하는 나의 못난 감정들도 결국 나.


그렇기에 그런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현실은 끔찍한 지옥이 될 것이다.


백세희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 그런지 더 와닿았던.




나는 오늘의 삶을 어떻게 버티고 견뎌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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