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머드 볼케이노에서의 우주 유영
“지상관제소에서 톰 소령에게 전합니다.
단백질 알약을 복용하고 헬멧을 착용하십시오.
카운트다운에 들어갑니다.
엔진 가동.
점화 확인했습니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10, 9, 8, 7, 6, 5, 4, 3, 2, 1
발사.”
차창 밖은 온통 회색빛이다. 잿빛으로 뒤덮인 평원 위로 묵직한 먹구름마저 몰려들면서, 나는 이제 오래된 흑백의 SF영화 속으로 입장하고 있는 것만 같다.
어디쯤 가고 있나 싶어 휴대전화 속 GPS 지도를 아무리 열심히 들여다봐도 인근 수 킬로미터 이내에 도로 한 줄 표시되지 않는다. 그날그날 통행로가 조금씩 달라지는 곳, 차도라고 여길 만한 곳은 애초에 없기 때문에 차는 조심조심 진창을 피해 길을 찾아 달린다.
삭막한 지표 위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며 엉금엉금 기어가는 이 탈것의 모습을 멀리서 내려다본다면, 부지런히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고 있는 오퍼튜니티의 모습과 비슷해 보일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 날로부터 4개월 후 오퍼튜니티는 임무를 종료했다. “My battery is low and it's getting dark.”)
몸에서 떨어져 나갈 듯 휘청휘청 흔들리는 머릿속에 멀미증이 가득 찾아올 때쯤, 탐사선은 엔진을 끈다. 요란한 진동과 소음이 순식간에 멈추고 차문 바깥으로 고요한 기운이 감싸는 것을 느낀다.
“여기는 톰 소령, 지상관제소에 전합니다.
문을 나서는 중입니다.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 깡통 우주선 안에 앉아있다 보니
오늘따라 별들이 아주 달라 보입니다.
세상에서 까마득히 먼 곳,
지구 행성은 푸르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군요.”
‘불의 나라’라는 별칭답게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땅 속 깊지 않은 곳에는 뜨거운 기운들이 잔뜩 고여있다. 그 주체 못 할 열에너지가 두껍지 않은 지층을 뚫고 석유와 가스를 밀어낼 뿐만 아니라, 땅속의 진흙까지도 곤죽으로 끓여 지표로 토해내는 진기한 광경을 선사한다.
이 머드 볼케이노는 미국 옐로스톤을 비롯해 세계 여러 곳에서 800여 개 가까이 발견되고 있지만, 그중 350개를 가지고 있는 아제르바이잔만큼 그 지역이 광범위하고 수가 많은 곳은 없다.
무려 2,500만 년 전에 생성되었다는 이 진풍경 속을 직접 걷기 위해 조심스럽게 차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사방으로 솟아올라 있는 진흙 봉우리들은 마치 미지의 절지동물이 파헤쳐 놓은 땅굴의 입구 같아 보인다.
축축한 흙의 냄새와 미량의 천연가스가 공기 중에 섞여있다. 처음 느껴보는 이 독특한 대기 속에서는, 마치 헬멧을 벗은 우주인처럼, 그저 숨을 쉬는 것마저도 흥분감을 느끼게 한다.
곳곳에서 급하게 식사를 마친 노인의 트림처럼 꿀럭거리며 가스를 뱉어내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방으로 진흙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아주 활동적인 것들은 축구공 만한 크기의 공기방울을 크게 터트리며 구경꾼들의 옷으로 진흙을 튀겨 간간이 비명 소리도 들려온다.
“지상관제소에서 톰 소령에게 전합니다.
그쪽 회로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뭔가 잘못되었어요.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 톰 소령?
제 목소리가 들립니까?
제 목소리가...”
행여나 진흙을 밟아 신발을 망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궤도를 따라 걸음을 옮겨 다니던 중에, “이거 뜨거운가?”하고 아내가 묻는다.
그러더니 말릴 틈도 없이 두 손을 진흙에 푹 담가버렸다.
광막한 우주공간 같은 이 허허벌판에는 찔끔거리는 수도꼭지 하나 보이지 않고, 이대로 다시 차에 올라타야 하건만. 남의 속도 모르는 아내는, 하나도 안 뜨겁고 냄새도 없이 너무 부드럽다며 진흙을 잘박잘박 잘만 만지고 논다.
차에 오르기 전 아껴두었던 생수를 손에 부어주면서 왜 그랬냐고 타박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홀가분하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제 아쉬움은 나의 몫이다. 저 외계의 진흙을 언제 또 만질 기회가 있을까. 나는 결코 알 수 없을 그 감촉을, 아내는 저 혼자만 간직한 것이다.
아내에게 사랑한다 전해 달라는 한마디를 끝으로, 지구와의 교신을 종료하고, 저 멀리 인터스텔라로 날아가버린 톰 소령의 일탈처럼.
그래 맞아.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이 여행길에 우리는 조금 더 용기를 내고, 조금 더 제정신이 아닌 채로 떠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았다.
<Space Oddity> - David Bowie (1969)
Ground Control to Major Tom
Ground Control to Major Tom
Take your protein pills and put your helmet on
Ground Control to Major Tom
Commencing countdown, engines on
Check ignition and may God's love be with you
(Ten, nine, eight, seven, six, five, four, three, two, one. Liftoff.)
This is Ground Control to Major Tom
You've really made the grade
And the papers want to know whose shirts you wear
Now it's time to leave the capsule if you dare
This is Major Tom to Ground Control
I'm stepping through the door
And I'm floating in a most peculiar way
And the stars look very different today
For here
Am I sitting in a tin can
Far above the world
Planet Earth is blue
And there's nothing I can do
Though I'm past one hundred thousand miles
I'm feeling very still
And I think my spaceship knows which way to go
Tell my wife I love her very much she knows
Ground Control to Major Tom
Your circuit's dead, there's something wrong
Can you hear me, Major Tom?
Can you hear me, Major Tom?
Can you hear me, Major Tom?
Can you……
Here am I floating 'round my tin can
Far above the moon
Planet Earth is blue
And there's nothing I can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