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곳은
누런 핏방울 똑 또—옥 새는 소리만
밤새 웅성대는 이명耳鳴의 거리,
비명이 잘려나간 묵음의 감옥,
과거에서 몰려든 실언失言들의 창고,
네가 가위표 그리다 만
반토막 십자가의 묏자리.
배신당한 구원자,
배교당한 예언자의
골육骨肉을 뒤집어쓰고,
나의 육신은
이 길 귀퉁이에 덜렁 내걸렸다.
이곳은 비바람 해 그늘도
모두 우회하는 진공의 무덤.
시간의 모서리에 덜미 잡힌
나의 야윈 몸과 살찐 이념은
마른 육포도 썩은 젓갈도 되지 못한 채로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
전방위의 허무에 살갗을 찔리네.
나의 욕된 죄명은
너의 참된 죄를 기억하는 것,
따라서 그 처벌은
나의 잠언이 모두 망각되고 마는 것.
내가 죽은 이곳은
부러진 시곗바늘이 직진을 멈추고
과거와 미래가 연직 하는 반쪽의 교차로,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절반의 교수대,
만가輓歌 한 곡 없는 생사람의 화장터.
사바의 죄지은 것들은
자신이 한 짓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 많은 자백을 여기 쏟아놓고
길의 이곳에서 와서
저곳으로 모두 사라져 갔으니.
누군가는 죽음의 아늑함에 홀려
또 누구는 병든 오입질에 맛이 들려
다른 몇 놈은 이교도의 주술에 꼬여
완전하게 나를 부정하며
이 길을 지나갔노라.
그리하여 나는
너희 군생들을 위해
이 사선斜線의 시간 위에 잠시 섰던
곱사등 된 구루,
굶주리는 군주,
파면당한 샤먼,
망상이 된 우상, 성토당한 멘토, 폐위된 패왕, 목 잘린 짜르, 불온한 이콘, 퇴폐된 토템, 곰팡이 핀 경전, 터부 된 전설, 다시 안 올 재림,
끝내! 너희 말종들 아래에 놓인 위인偉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