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광선이라니요.
보이는 모든 빛깔에 가시가 있어
이토록 눈알만 따갑고
발라먹을 고깃살 하나 없다니요.
넘보라살 넘빨강살
뵈지도 않는 그 빛들에 살점 붙여놓고
나 뜯어먹을 육붙이들 죄다 긁어
저 너머 세상에 두셨단 말입니까.
가을비 겨우 그친 청청하늘에
마른벼락 같은 낱말을 뿌리시다니요.
매달린 과육 한 알 없이 싹 걷어가시고는
저 찬란한 무지갯빛 실틈에도
내 양분될 것 한 점 없다니요.
저 높은 계절에 돈도 밥도 안 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만 남겨 두셨다니
그러면 저는 차라리
눈먼 한 마리 하늘밥도둑이 되어
칠흑의 땅속에 썩은 냄새 찾아
더듬이만 더듬더듬 더듬더듬할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