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숨은 진주, 앙티브
3년 동안의 짦다면 짧은 또 길다면 긴 프랑스 남부에서의 삶.
그 시간 동안 몸소 체득한 프랑스 남부의 여행의 묘미는 크게 (1) 산속에 위치한 중세 요새 도시의 고즈넉함에 취하거나 (2) 예술혼을 불태운 각종 장신구와 조각, (인상파의 영향력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회화 등 프랑스 남부를 거쳐간 숱한 예술가의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재미와 (3) (강렬한 햇빛과 코발트 빛 해변을 현지인 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들과 함께 누리는) 묘한 게으름의 미학이 절묘하게 녹아든 해변의 재미가 아닐까 한다.
물론 지중해의 다양한 해산물과 각종 과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하고 풍부한 식재료, 치즈, 와인과 유명 레스토랑 등을 찾아 다니는 재미는 덤이다.
여러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 중세 마을 중, 앙티브는 바다 마을에 속한다. 니스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앙티브는, 자갈로 가득찬 니스 해변과는 달리 모래 해변을 즐길 수 있는, 작지만 고급진 해변 마을이다.
아담한 해변과 항구에 아기자기하고 하얀 배들이 여유로이 떠 있는 풍경이 항상 인상적인 앙티브. 그리스인들의 식민지로 개발된 나름 그 당시 신도시였지만, 로마 César에게 정복을 당한 수모를 겪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생김새와 Port 덕분에, 그리고 이탈리아와 가까운터라, 군사적인 요새로도 간주되어, 루이 14세 시대에는 건축가 Vauban이 Fort Carré (군사적 요새로 건설한 성곽)을 건설하기도 했던 나름 유서 깊은 중세 바다 마을이다. '앙티브' --- 입에 쏙 들어오는 아름다운 발음도 정겨움을 더한다.
니스의 해변이 광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시 전체적인 느낌이 다소 거칠고 덜 정제된 느낌이라면 앙티브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사실 프랑스는 수도 파리를 벗어나면 거의 시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하여 앙티브도 시골 풍경이 물씬거리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세련된 고급 버전이다. 실제로 생트로페와 함께 프랑스 남부 동쪽의 고급 주거지 중 하나로 인기가 높다. 앙티브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가 수많은 보트가 즐비한 풍경이기도 하다.
구시가(Vieux Antibes, 올드타운)를 둘러싼 성벽 주위와, 하이킹으로 천천히 도는데만 3-4시간이 소요되는 고급 저택들이 즐비한 캡당티브(Cap d'Antibes)는 앙티브를 유명하게 만든 앙티브의 대표 관광지다, 여행객들은 니스나 다른 프랑스 남부 도시를 여행하면서 앙티브는 거쳐만 거거나 많이들 놓치고 가는, 그래서 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관광지이기도 하다. 캡당티브(Cap d'Antibes)는 앙티브 올드 타운 아래쪽으로,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형태의 지역인데, 해서 지중해로 삼면이 둘러싸인 터라 환상적인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어, 고급 저택들이 즐비하고 고급 호텔들도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소수만이 누리는 고급 해변, 고급 지중해 지역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설계했던 Charles Garnier가 네덜란드 부자의 요청으로 Cap d'Antibes에 Villa Eilenroc이라는 호화 빌라를 짓게 되는데, 고급 휴양지로 앙티브를 탈바꿈 시킨것이 이 빌라 건설 이후라고 전해진다.
지중해 지방의 특이한 풍경 중 하나인, 가늘고 긴 굴곡의 곡선미를 자랑하며 자란 소나무들로 둘러싸인 고급 주택들 사이를 걸으면서 Cap D'Antibes내 군데군데 숨어 있는 해수욕장에서 바람을 쐬도 좋고, 여유가 있다면 Cap D'Antibes를 둘러싼 해변 도로를 따라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는 것도 좋다.
니스의 자갈 해변이 부담스럽다면 앙티브 구시가 주변의 해변(Plage de la Gravette, Plage du Ponteil, Plage Salis) 또는 앙티브와 바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취급되는 Juan les Pins(매년 여름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의 해변과 Cap d'Antibes를 둘러싼 해변을 강추한다. 특히 Juan les Pins에는 돈을 내야 입장이 가능한 Private Beach가 많지만 무료로 이용 가능한 해변도 제법 있으며 모래사장을 끼고 각종 칵테일과 음식을 서빙히는 해변 레스토랑도 많으므로 해수욕과 식도락을 동시에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앙티브 구시가 주변의 작은 해변들인 Plage de la Gravette, Plage du Ponteil, Plage Salis 에서는 소소하게라도 몸을 담그고, 화려하지 않은 겸손한 해수욕이라도 즐겨보길 권하는데, 애들이 물장난 치고 놀기에도 아주 적합할 정도로 수심이 깊지 않고, 파도도 높지 않아서, 가족 단위로 동네 해수욕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해변을 찾기도 절대 어렵지 않다. 앙티브 올드타운을 둘러싼 성곽을 따라 지중해를 벗 삼아 산책하다 보면 그 끝에서 해변을 만나게 된다. 성곽이 사라질 즈음 모래 사장이 곳곳에 보이고 해수욕을 할 수 있는 해변이 나타나는 데, 빠르면 3월 중순부터 늦게는 11월 중순까지 해변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해수욕 후 바로 소금기를 가실 수 있게 끔 담수가 나오는 샤워 시설이 해변에 군데군데 놓여져 있어 편리하고, 햇볕이 따가운 여름에는 구지 바다에 뛰어들지 않고도 바다 바람을 친구 삼아 해변에 누워 잠을 청해도 좋다. 책을 들고 나와 해변에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주변 사람 신경 쓰지 않기로 아주 유명한 쉬크한 프랑스인들이라, 역시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소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Marché Provençal (프로방스풍 시장)은 늘 제철 과일과 절인 올리브, 말린 햄, 올리브유, 각종 프랑스남부 향신료들, 꽃, 각종 치즈, 해산물 등을 만날 수 있는 앙티브 올드타운에 위치한 시장으로 올드타운 입구에 위치해서 올드타운 산책을 갈 때면 늘 지나가게 되는 곳이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원색미를 뽐내는 Marché Provençal을 돌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면 현재 ‘피카소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Château Grimaldi’가 한눈에 들어온다.
피카소는 1939년, 우연히 앙티브에 잠시 머물렀다고 하는데, 이 후 다시 이곳을 방문했을 때 당시 앙티브 박물관 관장의 추천으로 성채의 맨 위층의 넓고 탁트인 공간을 아뜰리에로 선사 받아, 이 곳에 정착하여 작품 활동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Château Grimaldi 이름을 따서, Musée Grimaldi’로 불리던 이곳을 피카소 박물관으로 추후 이름을 변경하게 되었는데 (혹자는 피카소가 그렇게 요청했다고도 한다) 지금은 피카소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피키소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피카소 작품 뿐만 아니라, Miro, Ernst, Picabi, Klein, Arman, Cesar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피카소 뮤지엄을 나와 해변쪽으로 조금만 더 이동하면, 앙티브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중세 성곽을 따라 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사철 다르게 피어나는 꽃들과 지중해변의 신선한 바람, 그리고 중세 마을의 독특한 이미지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탁트인 성곽 산책은 마음이 답답할 때나 즐거울 때나, 그 산책의 끝에 늘 포근하고 넉넉한 마음이 함께하는 magic 산책이었다.
둘이 걸어도, 대가족과 같이 걸어도, 설사 혼자 걸어도 지중해를 바로 옆에 끼고, 벗삼아 걸을 수 있는 천혜의 해변 산책길이다. 짬을 내어 꼭 걸어보길 강추한다.
무엇보다 앙티브 관광의 핵심은 Vieil Antibes라고 불리는 올드타운이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미로와 같은 풍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그 곳. 골목 골목이 같은 듯 다르게 예뻐서 사진찍기에도 안성맞춤인 곳.
앙티브 올드 타운을 걷다 보면 중세 시대로 갑자기 시간 이동을 한 듯 했다.
집 안 뿐 아니라 집 밖 가꾸기에도 성실한 남프랑스 사람들. 꽃도 심고, 화분도 놓고 하여 (특히 덧문에 경쟁이라도 하듯 화분을 걸어 놓고들 계시다) 집 안팍을 부지런히 단장하는데 여념이 없는데 , 특히 프랑스 남부 지방에는 매미, 잠자리, 무당벌레 도자기 모형 들을 집 밖 벽에 붙여놓거나 걸어 놓은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시간을 읽어버린 중세 마을의 올드타운에, 이런 소소한 재미까지 더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조명이 커지기 시작하면 해질녘 고즈넉한 또 다른 지중해 중세 올드타운을 만날 수 있다. 올드타운의 멋진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레드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마치고, 해가 저문 앙티브 해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고, 올드 타운을 지키는 지킴이 노마드에 조명이 켜지면, 노마드 주변을 서성이며, 지중해 바람을 얼굴 가득 담는 것도 괜찮다. 어디를 서성여도, 낭만 가득했던 저녁으로 기억에 남을 풍경이 펼쳐진다.
지중해를 향해 곧은 시선으로 앉아 있는 노마드.
사진을 통해 다시 만나는 노마드는 3년 동안 살았던 프랑스에서의 추억을 부지불식간에 헤집게 한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모두 노마드가 아닐까.
현재라는 굴레에 매여 있지만, 그러나 늘 시선과 사색은 또 다른 곳을 향해 달리고 있는, 시공간을 초월한 노마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