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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Oct 24. 2021

지중해의 중세 정원 Èze

해변 절벽 위에 세워진 중세 마을 Èze

Èze는 12세기에 마을이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니스와 모나코 중간 쯤에 위치하는 중세 마을이다. 

발음도 '에즈', 마을만큼 아기자기 하다.

해변과 인접한 가파른 언덕 위에 마을이 있어 지중해를 수직으로 내려다 보는 듯한 경치가 인상적인 곳으로, 에즈를 찾아가는 도중에도 한껏 지중해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좁은 자갈길 주변에 작은 화랑, 도기 전시장, 기념품 가게 등 아기자기한 지중해 마을의 풍미가 가득한 곳.

미로와 같은 좁은 길을 걷다 보면 새로운 갤러리와 군데군데 뻥뚤린 지중해 전망을 만날 수 있는 곳. 

마을을 구경하다 보면, 역시 중세 마을에 예술가들의 아뜰리에와 갤러리 들이 마을 곳곳에 숨어 있어 쌩뽈드방스를 떠올리게 되는데, 성채를 중심으로 마을이 들어서 있어, 산속으로 Mont-Saint-Michel을 옮겨놓은 듯한 느낌도 제법 난다.

  

쌩뽈드방스(Saint-Paul-de-Vence)에 비해, 좀 더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하고, 해서 좀 더 높이감이 있는 느낌인데, 쌩뽈이 '고즈넉한 산속에 세워진 예술가들의 요새' 같은 느낌이라면 (마을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느낌), 에즈는 '지중해변 성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예술가들의 마을'이라는 느낌으로, 바다 전망과 정원이 많아서 그런지 좀 더 자연적인 이미지다. 쌩뽈은 짜임새 있게 잘 디자인한 요새와 같은 예술 마을이라면, 에즈는 천혜의 자연 환경에 예술이 자유롭게 얹힌 마을 같다. 좀 더 공돌이적으로 표현하자면, 쌩뽈은 애플, 에즈는 (고급)안드로이드 생태계라고나 할까. 






에즈 마을의 입구. 마을 안내도를 곧 만나게 된다. 


예술과 식도락의 마을이라고 안내하고 있는 안내 지도. 지도도 예술적인데, 딱 보기에도 중세 마을이라는 느낌이 물씬이다. 


 

이제 가벼운 등산의 시작.



쌩뽈처럼 곳곳에 조각상들을 만날 수 있다. 쌩뽈은 등산길이 하나인 마을이라면, 에즈는 중간중간 다른 곳으로 눈길과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자유도가 많다. 역시 쌩뽈은 애플, 에즈는 안드로이드. 




갤러리들이 하나둘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아까 안내표지에서 '예술'이라는 단어가 보였더랬다. 


여지없이 중세 마을의 느낌 물씬. 






고급 빌라들도 제법 눈에 띈다. 무심히 자라는듯한 지중해 식물들과 꽃들. 자연스럽게 빌라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전망이 된다. 


프랑스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명사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관사'(La) 가 몬가 unique함을 자랑한다. La~~~. 멋있다. 자부심도 느껴진다. 




지붕위에 염소를 올려놓을 생각은 누가 한 것일까. 황금 염소가 당당히 집을 지키고 있다. 




갤러리들마다 조금씩 특징이 있다. 조금이라도 달라야 하는 집착?도 느껴진다. 


이 길을 돌면 모가 나타날까. 미로 속을 걷는 느낌. 



가끔 하늘을 쳐다본다. 그냥 쳐다만 보았을 뿐인데, 사진을 꼭 찍어야 할 것만 같은 충동을 느낀다. 



이 곳에 이렇게 단정한 길을 만들어 놓았다니. 


지중해 식물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자연스럽게 예술가의 둥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거부하기 힘들다. 






잊을 뻔 했다. 에즈는 지중해변을 내려다보고 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잊을만하면 지중해가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나타나신다. 


내 발 아래 고급 정원이 펼쳐진다. 작은 분수도 있고, 동물 조각상들도 있다. 부자연스러운 조합같지만, 왠지 또 묘하게 자연스럽다. 



성채의 벽에는 항상 담쟁이들이 기생하신다. 이 마을에선 예술가 기질이 있는 담쟁이만 자랄 수 있는지 벽을 따라 그들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성채입구에 모여있는 관광객들. 무엇이든 한 잔 하기에 적당한 장소.

        

쌩뽈에서도 본 듯한 비슷한 이미지의 가게. 에즈 분점인가? ^^


C'est Èze.



실제로 플레이가 가능할까?


향신료 가게가 길가에 들어서 있다. 좀 쌩뚱맞지만, 앙티브 마을 시장에서 자주 보던 색감과 향신료들. 


성채를 한 샷에 담기 힘들었다. 이 사진만 보면 흡사 몽생미셸같다. 





성채를 빙둘러 다른 쪽 성채와 정원을 만난다. 





에즈임을 나타내는 이정표. 






이 길을 따라가면 모나코를 만날 수 있을까. 


노을이 밀려온다. 바다가 다양한 색깔을 입기 시작했다. 


Scenic drive가 가능할 듯 하다. 


누가 에즈를 지중해의 정원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중해에 정원을 얹어 놓은 느낌. 











서서히 저녁이 내린다. 새로운 조명이 켜지는 것 처럼,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에즈. 갤러리에도 불이 켜지고 또 다른 조명으로 갈아입은 가게들이 또 한 번 우리들을 재촉한다. 





하루가 또 이렇게 조용히 저문다. 갑자기 음악이 듣고 싶다. 조용히 에즈의 저녁과 노곤함이 머리속에 멤도는 멜로디와 3중창을 이룬다. 이대로 여기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음악을 듣고 싶다. 












Èze, au rev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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