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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티브 Antibes Jun 29. 2024

절벽 위에 옹기종기 - 코르닐리아

지중해 테라스 마을 - 코르닐리아

험준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낭만 마을.

친퀘테레 5개 마을에는 모두 이런 닉네임을 가져다 붙여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지만, 특히 코르닐리아는 더 그러한 듯 했다.

험준한 해안절벽 위에 서로를 의지하는 듯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절벽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은 레고블록을 쌓아 놓은 것도 같고, 가까이에선 색바랜 알록달록함이 어색하고 불협화음을 낼 것도 같지만, 이상하게도 묘하게 또 어울리고 조화롭기까지 하다.

집들마다 난 창문으로 거기 사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오페라를 부를 것만 같다. 뮤지컬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저녁식사 준비를 하다가 재료가 떨어지면 바로 옆집 창문으로 재료를 서로 공수할 것도 같은 그런 풍경.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착할 것만 같다.






해안절벽과 비탈마다 포도나무, 올리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절벽 위에 옹기종기 모인 코르닐리아 마을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리라.


친퀘테레 마을들은 중세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니 1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포도와 올리브 농사에 적합한 토질과 기후를 찾던 사람들이 결국은 이런 바다 절벽 위에 집을 짓고 포도밭을 일구면서 형성된 마을이라고.

해서 리구리아(Liguria) 해변의 험준한 절벽과 산비탈에는 포도나무와 올리브 나무가 빼곡하다. 지형이 험하기 때문에 (아주 자동화된 곳이 아니라면, 여느 다른 와이너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손으로 직접 포도농사와 올리브농사를 짓고 또 열매를 수확하는데, 이렇게 수확한 포도와 올리브로, 이탈리아에서도 나름 알아주는 와인과 올리브 오일을 생산한다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식 와인으로도 선택받을 정도라니 퀄리티는 제법인가 보다. 올리브도 수준급이어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올리브오일이 사용된 다양한 요리도 그 맛이 일품일 듯 하다. 실제 베르나차에서 맛 본 문어요리에도 올리브 오일이 사용되었는데 그 맛이 다시 코로 입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된 올리브오일에 바질과 다른 재료를 함께 넣은 바질 페스토가 유명하다고 한다. 바질 페스토로 요리한 파스타도 이 지역 특산품이라고. 여기에 친퀘테레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다면, 더할나위 없는 페어링일듯 싶다.



마을 안으로 드디어 쏙 빨려들어왔다.

멀리서도 빼곡히 들어서 있는 집들의 풍경에 빈틈은 없었으나, 아니나 다를까 좁은 돌길 골목길이 어김없이 역시나 중세풍이다. 어찌보면 지중해 중세 마을들의 풍경은 다 비슷비슷한 듯도 싶다. 이 골목 앞에 서니 또 3년 살았던 앙티브 올드타운의 골목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여느 지중해 중세 해안 마을 처럼, 마을의 중심에는 성당이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계신다.

그 앞으로 작은 중앙 광장?이라고 말하기에도 애틋한 조그만 터가 있고, 그 앞으로 친절하게 오래된 나무 벤치가 몇 개 무심하게 놓여져 있다. 바로 전 트레킹이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해도 벌써 몬테로소 알 마레에서 베르나차로 그리고 베르나차에서 코르닐리아로 2번의 긴 트레킹을 해 온터라, 무심히 놓여진 나무 벤치에 툭 걸터앉아, 오래된 이 중세마을의 이야기를 듣듯이 물끄러미 여기저기 시선을 옮긴다.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보아도 이곳의 집들과 풍경은 자연을 개척했다기 보다는 자연에 인간이 하나의 오브제처럼 놓여져 있는 형상 같다. 절벽 위에 옹기종기 집을 지은 형상도, 반듯반듯하게 길을 낼법도 한데 있는 형상 그대로 구불구불한 길의 모습도, 이 곳 사람들의 자연에의 순응의 태도가 절로 묻어난다. 자연을 구지 깨부수지 않고, 자연에 살포시 올라타 나무와 돌과 바람과 바다와 흙과 같이 하나의 오브제로 일체화된 듯한 모습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때론 나도 이런 자세로 삶을 살아간다면, 마찰도 갈등도 슬픔도 기쁨도 무색무취화되어 정화된 조용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싶다.


좁은 중세 골목을 지나니 이내 바다에서 불어닥치는 찬란한 햇빛이 골목길 위에 뿌려진다. 내 눈에도 쏙 빨려들어와 선그라스를 애써 찾았다. 몬가 이 절벽 위에 세워진 마을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는 또 애틋할 듯 싶다. 순식간에 좁은 골목길에 내리비친 햇살에 올라 타고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 같은 공간으로 빨려들어갔다.



지중해가 또 코 앞에 쏟아진다.

어찌보면 이 코르닐리아 마을은 바다 절벽 위에 둥지처럼 자리 잡은 테라스 마을 같다.




 파스텔 집들이 옹기종기 어깨동무한 테라스 마을 앞에 펼쳐진 지중해와 무심히 부는 잔잔한 바람이 만들어내는 장대한 오페라를 듣는다. 이 거대한 자연에 하나의 오브제처럼 정처없이 표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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