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리용에서 찾은 영원의 기억 한 조각
안개 속에 잠긴 붉은 지붕들,
오랜 세월의 물결에 일렁이는 도시.
중세 돌길 위의 발걸음 소리는 시간의 선율이 되고,
층층이 쌓인 기억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시간을 거스르는 낯선 여행자가 된다.
벽에 새겨진 금발 곱슬머리 '어린 왕자'
눈 속에는 끝없는 우주와도 같은 질문이 담겨있다.
'네가 찾는 진짜 보물은 뭐야?'
33 Rue Saint-Jean, 69005 리용.
오래된 나무문을 열면,
시간이 녹아내린 탁자 위로
창밖 세상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릇 속에 담긴 카라멜색 양파 스프
불꽃에 녹아든 고동치는 향기.
겹겹의 세월이 흘러들어
따스한 기억으로 꽃피우는 작은 오페라가 된다.
푸르비에르 언덕,
붉은 지붕들 사이로 도시의 숨을 걸어내고,
기억의 조각들을 잇는 다리를 놓는다.
영원의 실타래가 그 위에 매듭 지어진다.
고대 원형 극장,
지나온 이야기 하나하나가 무대위에 펼쳐지고,
순간 순간들은 새로운 막으로 올라선다.
그 속에 나는 눈부시게 살아 있다.
성당 앞에 멈춘 발걸음,
촛불의 떨리는 눈동자를 마주한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불러내며, 아우성치는 작은 불빛들
“모든 작은 것들이 모여 너를 비추는 거야.”
길들여진다는 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
여기, 바로 이 순간, 함께하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음미하고 즐기며
그렇게 그렇게 조용히 길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