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헝클어진 가을 아침,
갓 내린 밀크우롱 향이
숲의 숨결처럼 퍼질 때,
지난 캠핑 새벽, 별들이 다녀간 이야기가
잔에 안개처럼 서린다.
쏟아질듯한 은빛의 비밀,
마음속 고요를 깨우는
밤의 비밀스러운 조각들이
잔 속에서 은밀히 춤춘다.
채 깨지 못한 작은 숲 산책길,
설익은 잎사귀는 비처럼 흩날리고
발끝에 부서 지는 시간의 파편들.
그 길은 묵은 추억의 오솔길로 이어져
한 해의 속삭임을 품은 채
옅은 숲의 어둠에 숨을 고른다.
쨍한 바람이 마음을 스치고,
떠나가는 계절의 숨결은
아쉬움으로 내닫지만,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겨울의 속삭임,
하얀 설렘의 씨앗이 마음에 내린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작은 오솔길 끝에 서서
묵은 시간의 물결을 바라본다.
숲 속의 고요와 함께
흐르는 시간 속에 잠겨
지난 추억을 정성껏 우려낸다.
밀크우롱 향처럼 은은히 스며 드는 기억의 여운,
그 따뜻한 고요 속에서
늦가을의 마지막 노래가 숲 속을 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