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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정교하게 세공된 하루의 틈

by 앙티브 Antibes


오늘 생각해 볼 주제는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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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것은 오롯이 내 책임입니다.
다른 사람이 그 행복을 대신 채워 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약속

—행복이라는 이름의 ‘내 책임’에 관하여


저녁 햇살이 풀밭을 스치고 지나갈 때, 손바닥에서 떨어진 한 알의 꽃씨가 바람을 타고 흙에 안깁니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스쳐보며 “저 씨앗이 잘 자라려면 비가 와야 하고, 따뜻한 햇살도 필요하고, 좋은 토양이 필요하지”라고 중얼거리겠지요. 하지만 정작 씨앗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단단한 껍질 속에서, 언젠가 터져 나올 힘을 묵묵히 길러낼 뿐입니다.


행복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타인의 인정, 우연히 내리는 ‘행운’이라는 비, 세상이 깔아주는 ‘좋은 토양’이 씨앗을 돕듯 행복을 촉진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씨앗이 깨어나는 실질적 순간—껍질을 스스로 밀어내고 흙을 헤치며 첫 잎을 내미는 그 찰나—는 온전히 씨앗 자신의 선택과 힘으로 이뤄지는 듯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란 결국,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면에서 쥐어짜낸 결단과 책임성으로부터 움트는 작은 싹에 가깝지 않을런지요.


1. 행복은 ‘내부 통제’라는 이름의 안정감

심리학에서 내부 통제 위치(internal locus of control) 라는 개념이 있다고 합니다. 사건의 결과를 ‘내 선택’과 ‘내 노력’의 범주로 인식할 때, 우리는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다루며 정신적 안정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행복 또한 이 내부 통제의 토양 위에서 가장 단단히 자라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그 사람이 나를 기쁘게 해주지 않아서”, “상황이 나쁜 탓에”처럼 행복의 열쇠를 밖으로 내맡기면, 우리는 끊임없이 휘청이는 배에 올라탄 승객이 되어버립니다.


“Being happy is a SELF responsibility.
Another human CANNOT fulfill that for you.”
— Power of Positivity


위 문구가 강조하듯, 행복을 ‘내 책임’으로 보는 시각은 선택지를 늘립니다. 누군가의 행동이 기대에 못 미칠 때도 “내 기분을 회복할 다른 방법이 있을까?”를 탐색하게 하고, 실패가 찾아와도 “내가 배울 수 있는 레슨이 뭘까?”라는 질문으로 방향을 틀어 줍니다. 이 주체성은 세상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안전띠와 같습니다.



2. 자기 돌봄으로서의 행복—작은 의식들의 힘

연구들에 따르면, 의도적 기쁨 의식(intentional joy ritual)—예컨대 감사 일기 쓰기, 짧은 명상, 스스로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어주는 행위—는 뇌의 보상 회로를 활성화해 긍정 정서를 증폭시킨다고 합니다. 중요한 점은 그 의식들이 화려하거나 거창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을 숨 쉬게 하는 1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호흡에 집중하기

관계의 미시 회복: 서운했던 친구에게 긴 편지 대신 “오늘 네 생각이 났어”라는 짧은 메시지 보내기

감각의 재부팅: 업무 중 창문을 열어 바람의 온도를 느끼기


이처럼 ‘정교하게 세공된 하루의 틈’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돌보는 구체적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나는 나를 돌볼 능력이 있다”는 체험은 행복을 타인의 손에서 되찾아오는 가장 실질적인 통로가 됩니다.



3. 내면 대화의 재구성—‘왜 나에게 이런 일이?’에서 ‘그래서 나는?’

행복을 타인에게 위임할 때 우리의 내면 독백은 종종 원망과 결핍으로 가득합니다. “왜 그는 날 이해해주지 않을까?” “왜 이 직장은 내 가치를 알아주지 않을까?” 하지만 책임의 화살표를 안쪽으로 돌리면 문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래서 내가 스스로 채워줄 수 있는 욕구는 무엇일까?”


이 ‘그래서’의 전환은 심리학적으로 대안적 설명 스타일을 활성화합니다. 우리는 같은 사건을 ‘기회’와 ‘학습’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반응을 완충시킵니다. 즉, 내면 대화를 재구성하는 일은 행복의 토대를 다지는 핵심 기술인 것 같습니다.



4. 행복과 용서—같은 뿌리, 다른 가지

지난 ‘용서’의 글이 말해주듯, 용서는 자기 치유를 위한 결단이자 과거의 짐을 내려놓는 기술입니다. 행복에 대한 책임 역시 그 연장선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용서가 ‘과거로부터 나를 해방’시키는 선택이라면,

행복의 자기 책임은 ‘지금부터의 나를 창조’하는 선택입니다.


둘은 방향은 다르지만, 뿌리는 같다고 봅니다.

“내 감정은 내가 돌본다”는 전제. 그래서 용서를 통해 빈 손이 된 우리는, 행복이라는 새로운 씨앗을 움켜쥘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5. 내가 나에게 건네는 묵직한 약속

어쩌면 행복은 새벽녘 하늘에 잠시 번지는 여명의 빛과도 같습니다. 누군가 대신 떠올려 줄 수 없고, 구름 뒤에 숨어 있다 해도 언젠가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그러나 그 빛을 알아보고 따뜻함을 받아들이는 일은 오롯이 ‘나’의 몫입니다.


그러니 오늘, 마음속 작은 씨앗 하나를 살포시 쥐어보면 어떨까요? 조건이 충분히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곁에 놓인 햇살 한 줌과 물 한 모금으로도 살아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약속:


“행복해지는 일,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으니
오늘도 나는 나를 돌봐야지.”


이 약속을 가슴 깊이 새기는 순간, 우리는 이미 행복이라는 싹을 틔우고 있는 걸겁니다.



작가주:

이 글을 쓰다가 아주 제 마음을 정확히 읽어낸, 마음에 쏙 드는 글을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오늘은 아래 글을 충실히 해석하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내일 발행되는 습작 시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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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선택이지, 결과가 아닙니다.
주변의 어떤 것도 당신이 내면에서 그것을 선택하기 전에는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도, 어떤 순간도, 어떤 성공도 당신이 수용하지 않으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진짜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고, 지키고, 매일 선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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