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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Sep 15. 2023

짜장면 배달원

입덧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입니다.

저는 임신했을 때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세 아이를 출산하며 임신기간을 평범하지 않게 보냈습니다.

출산은 너무도 쉽게 거의 진통도 없이 순산하는데

임신기간은 유별난 입덧과 최악의 건강상태로 쉽지 않게 보냅니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도 현기증과 심한 기운 없음, 메스꺼움으로 시댁살이를 하던 저는 시어머니의 강권으로 친정으로 보내졌습니다.

친정에는 어머님 혼자 계시기 때문에 어머님과 단 둘이 지냈습니다.

어머니는 입덧하는 딸을 불쌍히 여겨 이것저것 해주시고

'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라'하시며 관심을 쓰지만

도대체 입맛이 없고 뭐 하나 입에 갖다 대기가 싫습니다.

이날, 어머니는 먹지 못하는 딸을 집에 두고 외출할 일이 생겼습니다.

이것저것 해 놓으시고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사 올 테니 말해라' 하시지만 무엇도 내키질 않습니다.

몇 칠째 제대로 먹지 못해 더 기운 없고 현기증도 심합니다.

어머니께는 걱정 말고 다녀오시라 인사는 했지만 몸은 추스를 수 조차 없이 형편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머니가 나가시자 곧바로 짜장면이 먹고 싶어 졌습니다.

엄마와 함께 있다면 짜장면 두 그릇 시켜 함께 먹을 텐데

어머님이 외출하신 이 마당에 짜장면 한 그릇을 어떻게 시킨단 말입니까?


아~ 짜장면...

이 짜장면이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그래, 엄마 오실 때까지 기다리자'

아~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짜장면을 당장 먹어야겠습니다.

하지만 제 양심이 짜장면 한 그릇은 도저히 시킬 수가 없습니다.(왜 그때 짜장면 두 그릇 시킬 생각은 못했을까요?)

그렇다고 중국집까지 가서 먹을 체력은 안됩니다.

날 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아~  짜장면...!


엉엉...


(신음소리로) "하나님, 저 짜장면 좀 먹게 해 주세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띵~동, 띵~동(초인종 소리)

현관까지 나갈 체력도 안됩니다.

(방 안에서 문만 열고) "누구세요?"(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짜장면 한 그릇 시켰어요?"

어엉?!

짜장면?!

어디서 기운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고

"짜장면 안 시켰는데요"

"여기 아니에요?"

"......!!"

"누가 장난쳤구먼..."   하며 돌아섭니다.

"아저씨, 그 짜장면 제가 먹으면 안돼요?."

"안 되긴요!!"

짜장면 배달원 기분 좋게 짜장면을 저에게 주고 갔습니다.


우하하...

저는 이렇게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짜장면과 씨름하다 신음하며 하나님께 구했더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짜장면을 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짜장면과의 싸움이 끝났습니다.

어머니가 오실 때까지 해결될 것 같지 않아 고통스러웠는데...

저녁에 어머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우리 어머니 왈

"예수님은 짜장면 배달도 하시는구나!"

'아~!

예수님 이셨군요!' 그 짜장면 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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