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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Jun 15. 2023

피난처

작은 신음에도

생후 7개월의 마리아에게 오신 하나님

백일이 갓 지난 마리아를 안고 중국연변에 온 우리 부부는  도착하자마자 장기거류증(long term VISA)을 발급받기 위해 병원에 갔다.    

신체검사를 위한 것이다.   

그때(당시1992년)만 해도 중국의 위생상태가  너무 열악했는데 상상 초월이다...ㅠㅠ

병원 안이 얼마나 지저분한지 시장골목인지 병원복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이다.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데 병원 복도가 흙바닥이다.  거기다 군데군데 거래침이 있었고  양쪽벽에는 쓰레기가 쌓여있다.  빗자루로 쓸어 양쪽 복도벽에 붙여놓은 것이다.  

그 복도를 지나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의사가운이 회색이다.  거기다 소매 끝과 목둘레는 때가 찌들어 아예 검은색이다.

이곳에서는 절대로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생후 4개월에 중국에 온 마리아는 쌀쌀한 날씨와 탁한 공기 탓인지, 자주 감기에 걸려 콧물을 흘리고 열도 오르락, 내리락하여 자주 내 마음을 졸이게 했다. 하지만 이곳 병원에는 쉽사리 마리아를 데리고 갈 수없었다. 이런 마리아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보다는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약으로 그때그때 위기를 넘기곤 했다.


마리아가 생후 7개월쯤 되었을 때, 마리아가 또 콧물을 흘리고, 열이 나더니 열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순한 마리아는 보채기까지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약도 떨어졌다.  

겁이 덜컹 났다.   어쩔 수없이

마리아를 안고 병원에 갔는데 굉장히 많은 먹는 약과 주사약 1 box을 주면서 약은 하루에 3번 먹이고 주사약은 하루에 한 번씩 주사를 놓아주란다.

내가 놀라서 “내 가요?”했더니 그럼, 이 주사약을 매일 병원에  가져와서 맞추란다,

‘아... 정말 적응이 안 되네.’ 생각하며, 주사실에 마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앞사람 사용한 주사기로 마리아에게 찌르는 것 아닌가!..

앗! 깜짝 놀라서

아니, 어떻게 다른 사람이 쓴 주사기를 또 사용하냐고 항의했더니.

“일 없습니다.” 한다.

‘오~! 주님, 우리 마리아 지켜주세요.'   마음이 너무 슬펐다.


그날 저녁,

약도 먹고, 주사도 맞았는데 열은 내리지 않고 잘 먹지도 않는 마리아...

그날 밤, 마리아는 보채다가 잠이 들었는데 제대로 잠을 못 잔다.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깨어 보채더니 새벽 두세 시쯤 됐을까...

깨어 보채는 마리아의 몸이 뜨거워 체온을 재어 보니 섭씨 40도가 넘지 않는가!  

너무 놀라고 당황하여 옷을 벗기고 해열제를  먹였지만 열이 내리는 것 같지 않았다.  

위급상황인데, 내가 뭔가를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이 시간 병원에 가봐야 의사도  없고 병원문도 잠겨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엇을 할 수도  없는 막막한 상황.

“주님! 어떡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나는 신음하며 울고 있었다.

“우리 마리아 살려주세요.”  나는 두려워 떨고 있었다.

마리아는 기운 없어 축 쳐진 몸을 나에게 기댄 채, 잠들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런 마리아를 끌어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나.

울면서 하나님께 도움을 청했다.


주님이 시편 46편 말씀을 주셨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그러므로 땅이 변하든지 산이 흔들려 바다 가운데 빠지든지

바닷물이 흉용하고 뒤놀든지 그것이 넘침으로 산이 요동할지라도 우리는 두려워  아니하리로다. “

이 말씀을 받고 나서야, 나의 피난처이신, 나의 힘이신, 도움이신 하나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환난 중에 나를  도우셔서 마리아를 회복시키실 약속의 말씀으로 받았다.  

지금 나의 이 상황은, 바닷물이 넘치고, 산이 요동하는 상황이지만, 나의 피난처이신 하나님, 나의 큰 도움이신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니 두려움이 사라지고 말할 수 없는 평강이 나를  사로잡았다.


조금 전까지 잠을 못 자던  마리아는 편안히 잠을 잘 자고 있다.  

아침이 되니, 마리아는 조금씩 먹기 시작하고, 점심때쯤부터는 생기가 도는 듯하더니, 저녁에는 완전히 정상이 되어 방긋방긋 웃으며 놀고 있다.


“할렐루야!! 주님, 감사합니다!.”

그 후로 마리아는 그렇게 자주 앓던 감기를 한 번도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랐다.  

아니 16살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이렇다  할  감기조차도 앓지 않고 지내왔다.   와우~~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나의 신음에 응답하셔서 찾아오신  하나님,

그날 새벽,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마리아를 만져주시고 깨끗하게 회복시켜 주셨음을 나는 안다.

그때 이후로 마리아는 너무도 건강하다.  


마리아와 나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마리아! 그때 예수님이 오셔서 너를 만지신 거야. 너는 하나님이 만지신 거룩한 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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