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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 이군 Aug 03. 2021

상춘곡(想春曲)

  '내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아마 난 죽어버렸을 거야.' 버스를 세 대째 보내면서 허(許)가 되뇌이고 있는 말이다. 버스를 세 대나 그냥 보내는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허가 기다리는 것이 버스 만은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이윽고 우연을 가장한 만남은 틀렸다는 판단이 서자, 허는 귀를 막고 있던 이어폰을 거두어 안주머니에 밀어 넣는다. 그러고는 땅바닥에 붙어 버린 것 같은 발을 어렵게 떼어 옮긴다. 그러나 역시 시선은 여전히 버스정류장에 그대로 둔 채 멀리 가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인다. 그는 이어폰으로 주문을 듣는다고 했다. 혹시라도 그녀와 마주치기를 바라는 그만의 주문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이다. 음악이라고는 노래방에서나 불러 본 대학가요제 몇 곡이 전부인 그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을 주문삼아 듣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허의 태도로 보아 그의 주술은 오늘도 통하지 않았다.


1
  허는 대형마트 지하 통로에 입점한 간이 매장에서 이동통신기기를 판매하고 있다. 마트의 지하 매장과 지하철 출구가 이어지는 통로에 미용실과 애견센터가 있고, 허는 그 앞에 설치한 매대에서 마트 이용객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다. 이곳은 고객들이 이용하는 화장실 통로로도 사용되고 있어 마트 내에서도 인기 있는 몫이지만, 무엇보다도 허에게 고마운 것은 바로 앞에 있는 미용실이다. 미용실은 이대 앞에서 크게 성공하여 미스 코리아도 여럿 배출한 유명 체인점이라 많은 사람들이 붐볐고, 머리 하는 이들이 멀쩡이 소비해야 하는 시간도 많았다. 이것은 허가 한 달에 한 번, 자신이 월급날이라고 정한 날짜에 비교적 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이 미용실을 이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가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이 년 가까이 되었지만, 애견센터에는 개와 고양이 외에 다른 애완동물이 있는지, 미용실에는 몇 명의 미용사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 이는 남들이 자신의 비루한 삶에 대해 관심 갖기를 바라지 않듯이 자신도 남의 일에는 관심 갖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기 때문이다. 허는 원체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은 남의 것에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러한 성격 탓에 사과 반 쪽도 남의 것은 건드리지 않아 결벽증 환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그런 만큼 남이 자기의 것을 탐하거나 영역을 침범하면 물불 가리지 못하는 괴팍한 성격으로도 유명했다. 게다가 허 자신은 이러한 성격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다.


  그러던 그에게 얼마 전부터 문득 한 명의 미용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동안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허구 헛 날 마주치며 일 하는 지라 어느 정도 낯이 익을 만도 할 텐데, 어쩐 일인지 그녀에 대한 별다른 기억이 없다. 사실 그녀가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갓 백일이 지났을 뿐이기 때문일 터이지만, 허는 미용사가 새로 왔나 보다 라는 인상 외에 아무런 기억도 해낼 수 없었다. 역시 자신의 관심 밖의 것은  그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예의 그러한 성격 탓이리라.


  발단은 두어 달 전, 우연히 출근길에 그녀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였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만난 이들은 멋쩍은 눈인사를 나눈 후 나란히 마트로 향하던 중이었는데, 허 과장님이시죠? 그녀가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왔다.


  - 허 과장님은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서른? 서른둘?


  - 하하하. 그보다는 조금 더 됐어요.


  허는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 정말요? 그럼 완전 아저씨네. 그런데 되게 동안이시다.


  - 아저씨는 무슨...... 그냥 오빠라고 해도 서운할 판에....


  - 그런데요. 그거 아세요? 허 과장님은 제 이상형이었던 첫사랑과 많이 닮으셨어요. 그래서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 허허허. 그렇다면 첫사랑이 꽤 쓸만했겠는걸...


  자신의 첫사랑을 허가 어찌 알 것이며, 그보다도 무슨 놈의 첫인사가 이상형이고 첫사랑 타령이라니. 허는 멋쩍은 인사치레에 우스개 소리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것인데, 그날 이후부터 그녀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녀를 바라볼 때면 허의 가슴에 뽀글뽀글 거품 같은 것이 이는 게 느껴졌다. 갈수록 증세는 더해져, 먼발치에서라도 그녀를 보게 되면 심장이 콩딱거리고, 가끔은 얼굴도 울그락 불그락 달뜨곤 하였다. 처음엔 무슨 일인가 싶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점 그녀의 웃는 모습과 우울한 모습이 일상적인 상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실루엣 만으로도 그녀임을 알 수 있고, 작은 목소리, 심지어 가위질 소리도 그녀의 소리는 다르게 들렸다. 아마도 그놈의 이상형이란 소리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허는 이런 기분이 싫지 않았다.


  싫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후로 허는 어지간히 무감각했던 자신의 옷매무시를 신경 쓰거나, 어쩌다 맘에 드는 새 양복을 갖춰 입은 날이면 미용실 앞을 얼쩡거리며 그녀와 마주치기에 안간힘을 쓰는 자신에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도대체 그녀의 무엇이 허 자신을 이토록 달뜨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여러 번. 그녀와의 나이 차이만큼이나 마땅한 근거를 찾기도 어려웠다. 허는 그저 담대히 처신하겠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사혈(沙穴)같이 빠져드는 감정에서 빠져나갈 방안을 찾아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허는 그녀에게 머리를 맡긴 적이 한 번도 없다. 마음 같아서는 입구 맨 앞에 놓인 그녀의 미용 의자에 앉아 커트 보를 뒤집어써보고 싶지만, 한 번도 그녀에게 자신의 머리를 깎아 달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어쩌다 기회가 되어도 '계속 만져 주던 사람이 있는데......' 하며 일껏 고사하고 다른 손에 맡기기 일쑤였다. 그럴수록 그녀가 왜 이제야 이 미용실로 옮겨 왔는지, 아니 그보다도 왜 진작 그녀가 자신의 눈에 띄지 않았는지, 엄하게 번지는 자괴감을 감당해내야 했다. 마음과 달리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머리를 깎는 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런데 한 달포 전쯤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보조 아이들도 대부분 자리를 비워 미용실에는 그녀만이 있는 모습이 허의 눈에 들어왔다. 허는 '아직 한 달이 되려면 며칠 빠른데......'라면서도 이미 미용실 문을 밀고 들어섰다. 기대했던 대로 드라이 포를 치는 일에서부터 그녀의 손길이 닿았다. 아! 허가 살아오면서 이때처럼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낀 적이 또 있을까? 허는 그녀의 손길에서 벗어난 분무기의 물줄기가 마치 세례 받듯 성수처럼 자신의 머리를 적신다고 생각했다. 그의 머리를 걷어 내는 가위의 사각거리는 소리는 귓바퀴 안에서 한 동안 머물다가 이내 그의 전신으로 퍼져 심장으로 파고들었다. 가위소리에 잘게 잘려 나간 심장은 떨리다 못해 방망이질을 했고, 덕분에 심장을 덮은 커트 포 안에는 마치 두꺼비라도 한 마리 숨어 앉은 듯 풀썩거리는 것 같았다. 


  심지어 볼륨이 커질 대로 커진 심장 소리는 굵직한 베이스 비트가 되어 미용실 안의 모든 소리 먹어 치운 채 통째로 들썩이는 것만 같았다. 그럴수록 허는 무엇인가 죄를 짓는 것 같고, 또 그것을 들킨 것 같아 차마 거울 조차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 버렸다. '말이라도 건네 봐야 할 텐데' 허의 마음은 조급했지만, 일단 릴랙스. 


  움찔 - 


  팔꿈치에 걸쳐진 커트 포의 얇은 막 건너편으로 옆머리를 만지는 그녀의 허벅지가 느껴졌다. 살짝 팔을 끌어당겨 옆구리 쪽으로 붙인다. 이번엔 뒤통수에 닿을 듯 말 듯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 굴곡.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신경이 곤두선다. 배어 나오지 못하는 허의 깊은 한 숨.


  - 허 과장님은......


  역시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네준다. 과장은 무슨...... 마주 보며 일하는 처지에 마땅히 부를 호칭이 없어 과장이라고 부르라고 했을 뿐인데.


  - 제가 머리를 만져 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 그러게 말입니다.


  허는 그녀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품어 본다. 그녀가 거울로 마주 보고 살짝 눈웃음을 준다. 고맙다. 


  볼 일을 보고 돌아온 보조 아이들이 스펀지 솔로 머리카락을 떨어내고 샴푸를 준비한다. '머리까지 감아달랄 수는 없는 일...' 이라며 슬쩍 미소 짓고는 흔쾌히 일어선다. 머리를 감고 돌아온 허에게 그녀가 다시 붙는다. 머리를 말리면서 한 번 더 다듬어 준다. 허가 초조해진다. 스피커에서 한 창 뜨고 있는 여성 오 인조 아이돌 스타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살짝 그녀의 가위가 리듬을 탄다. 준비되지 못한 말 문을 어렵게 터본다.


  - 이런 노래 좋아해요?

  

  - 예?


  뜬금없는 질문은 반문으로 되받아졌지만 허는 동그랗게 떠지는 눈자위도 이쁘다고 생각한다. 지금 보니 다크서클도 꽤 짙은 편이다. 허는 멋쩍게 눈동자로 천장을 가리킨다.


  - 원더걸스.....


  그녀는 이내 알아 들었다는 듯


  - 예에. 좋아해요. 이쁘잖아요


  - 그렇.... 죠?


  준비 없는 질문만큼이나 어줍잖은 대답이다. 그리곤 또다시 침묵.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 소리 만이 뿌연 안개처럼 주위를 감쌀 뿐이다.


  - 사실, 가요도 좋지만 전 피아노곡이 좋아요.


  롤빗으로 뒷머리를 말아 쥐면서 그녀가 다시 말을 건네준다.


  - 아.. 그래요?


  어떻게든 고마운 대화를 이어 가고픈 마음이 앞선다.


  - 피아노곡이라면......


  - 음.... 백건우의 라흐마니노프나 김광민의 보내지 못한 편지.... 뭐 집에서는 이런 음악을 즐겨 들어요.


  - 그렇군요.

 

  - 어울리지 않죠?


  허의 표정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그녀는 반 웃음으로 묻는다.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궁색한 허를 달래 듯 이번에도 그녀가 물어준다.


  - 괜찮아요. 그런데 허 과장님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 나야 뭐......


  대형마트 지하 1층 매장에는 일 년 열두 달 초특가 세일인 것 같은 음반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마트가 편한 건 점원이 달라붙어 이것저것 따져 묻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백건우.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가. 전문 레코드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종류의 CD가 가지런히 꽂혀 있다. 그중에 라흐마니노프를 찾는다. 1,2와 3,4로 나뉘어진 패키지가 있다. 음반도 새삼스러운데 그것도 클래식이라니...... 게다가 허는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했다. 노란색 앞치마를 두른 점원 중에서 비교적 젊어 보이는 사람을 찾았다.


  - 저기, 라흐마니노프 CD요. 1, 2와 3, 4중 어느 게 좋은가요?


  - 3, 4죠. 라흐마니노프 하면 3, 4가 대표적이잖아요.


  음악에 대해 좀 아는 직원이 걸렸나 보다. 당연한 걸 묻는다는 식의 점원이 괘씸하긴 하지만 그것도 모르는 허가 할 말은 없는 듯하다. 얼른 들어 가격을 살펴본다. 만삼 천오백 원. 이번엔 김광민의 'ㄱ'을 찾는다. 김광민의 보내지 못한 편지는 없나요? 고개를 돌리자 그 똑똑한 점원은 이미 유아도서코너로 옮겨갔다.


  '라흐마니노프 라....'

 
  미용실은 저녁 8시 정도면 마감을 하지만 마트의 영업시간인 10시까지는 불을 켜고 영업상태를 유지한다. 물론 허는 그럴 필요가 없다. 업주에 임대료만 내고, 먹고 죽을 돈만 벌면 아예 하루를 제낀다고 해도 누가 뭐랄 사람은 없다. 그녀의 퇴근도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허보다는 항상 앞서 퇴근하곤 했다. 한 번은 어쩐 일인지 그녀가 퇴근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점포를 닫은 적이 있다. 막상 마트 앞에 나서서야 비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산을 챙겨야겠다고 뒤돌아서는 순간, 허 앞에 환히 웃는 모습의 그녀가 나타났다.


  - 우산 없으세요?


  허는 저 웃음은 숱한 남자들에겐 '독'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녀의 작은 손우산을 나눠 쓰고 버스정류장까지 함께 나섰다.


  - 사람과 얘기하면서 이어폰을 듣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니죠?


  허는 무안해하며 주섬주섬 한쪽 귀의 이어폰을 뺀다. 대화에 목마르고 시간이 아쉬운 건 언제나 허였지만, 그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시덥지 않은 단문일 뿐이다.


  - 여기서 버스를 타세요?


  - 예.


  -...... 집이 멀어요?


  - 아니요. 원래 집은 연신낸데요. 너무 멀어서 근처에 나와 있어요. 여기서 가까워요.


  - 아...... 예......


  - 걸어가도 되는 데 오늘은 몸이 영 좋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 가려고요.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도 잘한다. 허는 그녀가 자신에게 친절하다고 생각한다. 허가 호의와 관심을 구분 못 할 위인이 아닌 바에야 그녀가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녀의 친절이 이미 허에겐 특별했고, 그러한 특별한 친절이 다른 사내들에게도 공평하게 분배된다는 사실에 더러 울컥해지기도 했다.


  - 허 과장님은 어디 사신다고 하셨죠?


  - 저도 멀진 않아요. 한 번에 가는 게 없어서 그렇지...... 범계역 가서 갈아타면 멀지 않아요.


  그녀의 버스가 왔고, 허는 그녀를 버스에 태워 보냈다. 이때 허의 한쪽 귀에는 라흐마니노프의 Piano Cencerto No.4 in G Minor, Op.40 III. Allegro Vivace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와의 조우를 바라는 허의 주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날 허에게는 하릴없이 내리는 비 속에서도 푸른 속살을 드러낸 꽃 봉오리들이 봄을 참지 못하고 터져 오르고 말 것처럼 보였다.



  - 닭도리탕 어때?


  허의 매대 옆에는 지역 유선방송 창구가 새로 입점했고, 애견센터 구 사장이 유선방송 신 씨와 허에게 손으로 동그랗게 잔을 쥔 모양을 하며 입에서 꺾는 시늉을 한다. 구 사장은 아들이 이번에 대학에 수시 합격했는데, 그래도 이게 평촌학원가에 쏟아부은 돈값을 했다는 둥 이젠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겠다는 둥 하루 종일 들떠 있더니 큰 맘먹고 한턱 자리를 주선했다. 물론 미용실 사람들도 초대의 대상이었다. 허는 내심 기대하며 저녁을 기다렸다. 그녀와 같이 자리할 수 있는 기회. 언젠가 한 번은 하며 바랐던 거지만 실제로 그런 시간이 주어질 수 있을 거란 생각 조차 해보지 못했다.


  미용실 사람들은 저녁을 먹고 나면 노래방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혹시 모르니 그녀 앞에서 기죽지는 않으리라 마음도 먹어 본다. 화장실에 들러서도 '억, 억' 담배에 찌든 목청의 상태를 살피기도 했다. 그런데 저녁이 되자 그녀의 아버지가 갑자기 입원하는 바람에 그녀는 참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평소에 못 먹던 거 마음대로 시키라고.


  호스트답게 구 사장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내 미용실 대표로 참석한 조카 또래의 송양이 메뉴판을 허에게 들이민다. 송양은 평소에 허의 머리를 만져주는 미용사다.


  - 그냥.... 쏘주나 한 잔 주세요.


  어차피 그녀가 없는 자리는 오징어나 땅콩이나 접시에 올려진 안주일 뿐이다. 어서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싶을 뿐이다. TV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과 이념에 대해 찬반 여론을 번갈아 보여주고 있다. 소주를 한 잔 걸치자


  - 대운하라도 파서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데 왜 그렇게 말들이 많은지 모르겠어.


  기분이 한 껏 오른 애견센터 구 사장의 입에서 터져 나온 소리다. 허는 습관적으로 주변을 살펴본다. 남의 얘기를 할 때면 의례 나타나는 습관이다. 남이 나의 얘기를 거슬려하는지, 지금 이런 말을 해도 되는 장소와 때인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다행히 사람들은 이 편에 관심 없이 자기들 얘기에 빠져있다.


  - 그래도 그렇지 환경은 고사하고 전 국민을 일용직 노가다로 만드는 게 일자리 창출이라면 나라도 대통령 하겠다. 씨이.


  지방대이긴 해도 명색이 386의 끝자락에서 콩고물은 묻혔다는 유선방송 신 씨가 평소답지 않게 호기롭게 대꾸한다. 신 씨는 평소에도 사회적 이슈에 빠지지 않는 논객이지만 말투는 늘 조분조분했다. 오늘은 술이 과했던지 신 씨의 말투는 어딘가 꼬여있다. 하지만 허는 말이 없다. 허 역시 신 씨와 함께 객담으로나마 빠지지 않는 논객이었지만, 그로써는 지금 말을 만들어낼 재간이 있을 리 없다. 그의 눈은 온통 길거리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여느 때 이 시간이면 그녀는 이 앞길 또는 건너편 길로 퇴근하곤 했을 것이다. 그녀가 혼자 사는 -허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취방 위치를 정확히 알 지는 못하지만 방향은 어림으로 알고 있다. 걷기에도 뭐하지만 그렇다고 차를 타고 가기에도 애매한 거리라면, 중앙공원 건너편 아파트 단지 사이에 파묻힌 상가, 어디쯤이라는 것을. 허는 마치 그녀가 남긴 궤적을 쫓듯 거리의 끝으로 시선을 보낸다. 상념은 이미 중앙공원을 너머 어둠 속의 먼 공간까지 보내지고 있다.


  어지간히 마셔댔는지 풀린 눈자위에 '만취'라는 글자가 아로새겨진 듯 꿈벅거린다. 부지 간에 송양의 목소리가 얼핏 귀에 걸쳤다.


  - 여기 계시는 사장님들, 저 다음 달에 결혼하는 거 아시죠? 꼭 들 오셔야 해요.


  결혼에 들뜬 것인지 술기운 탓 인지 송양의 말 맵씨는 얼굴 마냥 발갛다. 그러던 송양이 잠깐 사이 고개를 푹 꺾으며 울먹인다.


  - 그런데 말이에요, 남자란 족속들은 모두 다 그렇게 똑같은 거예요?


  송양의 말이 거칠다.


  - 이 자식이 말이에요..... 아직도 양다리인 것 있죠? 지난 주말에도 예전에 사귀던 여자를 만났더라고요.

사연을 종합해보니 남자의 결혼 소식을 듣고 옛 애인이 연락을 해와 만났었는데, 송양이 이 사실을 따지고 들자 남자는 그래도 사랑했던 여잔데 어떻게 지우개로 지우듯 한방에 잊을 수 있냐고 항변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사랑하는 여자는 송양이라고 했다지만 송양의 화기를 풀기엔 누가 봐도 역부족이라 여겨질 터였다.


  - 그럼 아직도 그 여자를 사랑한대?


  송양의 미용실 후배가 마치 자기 일인 양 흥분하며, 오히려 뒷북으로 부채질이다.


  - 아니. 그건 아니지만......


  - 그런 거라면 양다리까지는 아니네.


  담배를 문 채 눈을 반쯤 감고 있던 구 사장이 위로라고 한 마디 던진다.


  - 구사장님도 남자라고 편드시는 거예요?


  - 그런 건 아니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송양이면 됐다는 얘기지 뭐......


  - 그래요. 사랑하니까 결혼하지, 전 사랑 없는 결혼 같은 건 추호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암튼 결혼해서 본때를 보여줄 테니 꼭들 오세요. 꼭 오셔서 봐주세요.


  사랑? 허는 소주 몇 잔 걸친 기분에 스멀스멀 밀려오는 감상과 맞닥뜨린다. 사랑을 해 본 기억이 있던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 데, 그 대답을 하기 위해 딱히 어느 걸 집어내야 할지 모르겠다.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하겠다고 시인은 얘기했는데 그러면 내가 부르면 모두 다 사랑이던가? 왜 갑자기 사랑이란 단어가 활기를 띠며 그의 뇌리를 맴도는지 허는 알고 있다. 지금 나는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상념에 빠진 허의 눈앞에 순간 유리창 너머 또 하나의 자신이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상념의 상대가 묻는다. 무엇을 주저하지? 그녀가 너의 마음을 알아주기나 할까? 허가 이따위 상념엔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자, 상념의 대상은 집요하게 허를 물고 늘어진다. 허는 일갈한다. 내가 나를 모른다고 생각하나? 잠시 봄기운을 느낄 뿐인 걸 가지고 너무 확대 해석하는 거 아냐?


  허는 바람을 쐬어야겠다며 밖으로 나섰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대자 언젠가 그녀가 건넸던 말이 떠오른다. 허 과장님도 던힐 피세요? 그거 아세요? 던힐에는 독특한 향이 있어요.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독특한 무언가...... 그래서 항상 던힐 피우는 사람들에게서는 그 향이 나는 것 같아요. 제길, 그녀가 떠나질 않는다. 담배 하나에도 그녀가 도사리고 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지? 무수히 오가는 취객들을 바라보며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도 모두 헛말이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그럼 나는? 하고 자문한다. 나는? 나는 사랑하고 있지. 실없다는 웃음이 취기와 함께 목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미친놈.


  식당 안을 둘러본다.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송양이 구 사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좋아한다. 허는 왜 그녀가 송양이나 다른 미용사들과는 다르게 자신에게 다가오는지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관계의 지속성으로 보나 평소의 성격으로 보나, 더욱이 외모로 보면 송양이 더 나으면 나았지 빠지는 것도 아닌데 자신에게 있어서 송양은 왜 그저 송양일까? 그리고는 왜 자신의 마음에서 그녀를 자꾸 밀어내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곱씹어 보았다.


  그 답을 얻은 것은 바로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던 일을 떠올리면서 였다. 한 번은 미용실에 낯익은 얼굴이 그녀의 의자에 앉아 있길래 유리창 너머로 유심히 살핀 적이 있는데, 이 친구 역시 허를 알아봤나 보다. 잠시 후 고객과 상담 중에 갑자기 '어이, 촌뜨기?'라는 아낙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십오 년 만에 만나는 초등학교 친구는 허를 여전히 촌뜨기라 불렀다. 초등학교 때 남도 깡촌에서 서울로 전학 온 허의 별명은 촌뜨기였다. 친구는 마침 친정이 대형마트에서 가까운 신도시에 있는 지라 들른 김에 머리 하러 왔다고 했다. 


  점포를 신 씨에게 잠시 부탁하고 근처 커피숍에 들렀다. 마치 어제 헤어진 사람 만나듯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생경스럽긴 했지만, 서로의 안부나 근황으로 교감하기엔 너무 먼 시간이 사이에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서로는 앞으로 살아갈 얘기들로 대화거리를 찾았다. 친구는 아들을 데리고 유학 가는 일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신 씨와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남편도 적극적으로 밀어준다고 했다. 그런데 친구의 고민은 거기에 있지 않았다. 


  - 아들 교육도 그렇구, 나도 하던 거 계속 배우고 싶은 게 있고...... 우리끼리니까 얘긴데 말이야, 난 가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그런 내 자신이 너무 무서운 거 있지.


  무섭다는 얘기를 웃으면서 한다.


  - 얼마 전에 옛날 남자를 만났어. 미국에서 대학교수를 하고 있는데, 잠깐만, 이번에 사진 찍은 게 있는데...... 이 사람이야. 어때?"


  손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보여준다. 공항인 듯한 공간에 남녀 두 사람의 얼굴이 다정하게 찍혀있다.


  - 그런데 이런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녀?


  - 왜, 어때?


  - 아니... 보통, 가족사진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


  - 하하하. 우리 아들 사진은 여기 앞에 있어.


  이 친구가 두려운 것은 이 남자에 대한 감정일까? 아니면 남편에 대한 미안함일까? 어찌 되었건 이 친구는 이제라도 옛 남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일 터였다. 이 친구는 두 사람이 반드시 만나야 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허는 바닥을 드러낸 찻잔을 밀어 놓고 냉수를 한 잔 시켰다. 그런데 불쑥 허의 입에서 의도하지도 않은 얘기가 터져 나왔다.


  - 좀 창피한 얘긴데, 사실 나도 요즘 누군가를 보면 설레는 사람이 있기는 해.


  - 하하하. 정말? 그건 네 나이를 생각하면 조금은 창피 하달 수도 있겠다.


  - 글쎄,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인간이길 포기하는 건 아니잖아. 그 사람을 보면 사춘기 때 흰색 블라우스의 교생 선생님을 보며 설레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잊었던 첫사랑의 화장품 냄새가 풍기는 것 같기도 하고......


  - 네가 봄을 타는구나?


  - 아니, 봄을 느끼고 있어.


  진지해 보이는 나의 태도가 의외였는지 아니면 오히려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는지 구체적인 관심을 보인다. 마치 찜질방에 모여 남의 집 대소사를 송사하는 여편네처럼 눈에 흥미가 찬다.


  - 어떤 사람인데?


  '좀 전에 네 머리 만져 준 아이야.' 속으로만 대답한다.


  - 얘기하면 알겠니? 그냥 그런 사람이 있어. 나이가 열세 살이나 차이 난다는 게 좀 걸리지만......


  그때까지 허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얘기가 그렇게 쉽게 터져버릴 줄이야. 그 친구와 어떻게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인지. 친구의 일탈을 엿봄이 중심을 흐트러뜨렸을까? 그 친구는 우리끼리라고 했다. 우리가 어떤 관계지? 아무리 같은 반이었다고 해도 그건 이십오 년 전 얘기일 뿐이고, 그 사이의 아무런 교류나 교감 따위는 있을 리 없었잖은가. 그 지점에서 허는 비로소 깨달았다. 서로의 삶에 교섭되지 않을 존재란 사실이 이런 얘기들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게 만드는 모양이다. 


  마치 인터넷으로 익숙한 아이디의 누군가와 채팅하듯이. 허에게 있어서 송양은 이 친구처럼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그저 또 하나의 평행선일 뿐이었다. 그들은 허의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준비나 의도가 없다. 그들은 허의 주변 아무 곳에서나 유유히 흘러가는 하나의 조각배일 뿐이었다. 그럼 그녀는? 이유가 무엇이든 그녀는 심하게 허를 간섭하고 있다. 물론 그녀의 의도는 전연 아닐 것이다. 게다가 적어도 그녀는 너무나도 젊고 아직 만나야 할 삶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신이 간섭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허의 생각이다. 


  하지만 종종 이상과 실질이 따로 놀듯이 마음을 걷어들일수록 허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꿈틀인다. 놓을 수도 붙잡을 수도 없는 평행선이지만 한 번만 자신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저 이쯤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기로 한다.


3
  송양의 결혼식이니 당연히 그녀도 올 것이다. 그것은 허가 송양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당연한 이유이다. 으레 그렇듯이 결혼식은 이십 분도 채 안되어 마쳤다. 물론 허의 시선은 신혼의 서를 맺는 전방에 있지 않고, 신부 측 좌석 중간 기둥 옆에 기대선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다. 사진은 찍지 않으려는 듯 일행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는 그녀가 떨어져 나온다. 허도 역시 구 사장과 신 씨의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뒤를 쫓아 나선다. 그러다 언뜻 돌아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허는 시선을 허공으로 쏘아져 버린다. 허를 보지 못한 듯 되돌아서 내친걸음을 걷는 그녀. 그녀는 예식장을 나서면 바로 있는 버스정류장을 그냥 지나친다. 걸어가려는 모양이다. 허는 고민스럽다. 따라가자니 쫓아온 것이라 생각할 텐데, 혹시 따라오길 바라는 건 아닐까? 감정은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고 허는 믿고 있다. 그녀는 이미 허의 존재를 알고 있고, 자신 바로 뒤에 허가 와있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다고 허는 느낀다. 그러므로 허가 필요로 하는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이번엔 패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쯤 되니 그녀의 뒷모습이 뭐라고 말을 붙이는 것 같다. 어차피 도보를 선택했다면 가야 할 방향은 같다. 이 정도의 명분이면 충분하다고 다독인다. 허는 발걸음에 힘을 실되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이윽고 접선이 가능한 거리.


  - 결혼식에 오셨다 가시는 거예요?


  - 어머! 깜짝이야.


  허가 의뭉스럽게 말을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심하게 놀란다. 허는 그녀가 마치 놀란 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짐짓 모른 척 말을 잇는다.


  - 벌써 돌아가세요?


  - 예.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집에 들렀다가 바로 가 봐야 해요.


  - 아, 저도 그래서 일찍 나오는 길인데.


  어차피 다음 계절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겠지만 봄은 자신의 싱그러움에 도취된 듯 날로 파래지고 있고, 허는 아린 아기의 손처럼 잎이 비집고 나오는 삼나무 가로수 아래를 그녀와 함께 걷고 있다. 이 장면을 몇 달 전부터 상상해 왔으리라. 하지만 불과 오십 미터도 채 되지 않아 건널목이 나오고 그녀는 이 건널목을 건너가야 한다. 허는 건널목 앞에 멈춰 서서 담배를 꺼내 문다. 보행자 신호가 켜지면 그녀는 길을 건널 것이고, 허는 남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허와 그녀는 이편과 저편으로 나뉘어 한참을 가야 한다. 아직 그녀의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는 멀지만 그 사이에 는 건널목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건널 수밖에 없다.


  그녀가 건널목을 건넌다. 준비한 마음에 비해 시간이 너무 짧다. 마음 같아서는 같이 건너고 싶지만 허의 마음은 선뜻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것은 간섭이다.' 허는 태연하게 낮은 미소를 보내고 미련 없이 제 갈 길을 간다는 듯 돌아선다. 한편으론 이렇게 과감하게 돌아서는 자신의 모습이 그녀에게 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자위한다. 길을 건넌 그녀와 허는 차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걷는다. 허는 건너편을 바라보며 그녀를 확인한다. 건너편에서 그녀도 힐끔 쳐다보며 간혹 웃음 띤 모습을 보여 준다. 저녁 같이 먹을 사람은 있는 거냐고 물어볼 걸 그랬나?


  수로를 따라 물이 밀려가듯이 자동차가 오고 가며 그녀의 자취를 감추었다 내주었다 한다. 한 끝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허의 고개가 조심스럽게 물결을 탄다. 허는 그녀의 핸드폰 전화번호 조차 모른다. 알아내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혹시 그녀는 내 번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지도 않는 기대를 가지고 핸드폰을 들어 흔들어 보인다. 그녀가 슬쩍 흘리는 미소가 건너다 보인다. 잘 가라는 손인사를 하는 것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미소가 허파에 꽂힌다. 저 웃음은 내게 보내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쪽 길과 저 쪽 길은 만나지 않아도 마주 보는 설레임 만으로도 충분히 기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애써 자신의 발끝을 보며 무언가를 다짐하듯 걷던 허는 다시 한번 되뇌인다. 아,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었다면, 난 벌써 심장이 터져 죽어 버렸을 테지. 그녀의 멀어지는 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보려 허가 고개를 드는데,


  - 아빠!


  흠칫 돌아보니 수형이가 보인다. 아니 그보다 옆에 서있는 아내의 모습이 시커먼 산처럼 먼저 눈에 들어온다.


  - 결혼식장 간다더니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허의 고개는 반사적으로 아내의 시선을 따라 길 건너편으로 향한다. 그녀는 이미 없다.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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