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일곱 살짜리 작은놈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아빠는 그지야. 왜냐면 돈 벌지 않으니까."
몇 달째 백수로 있는 내게, 처음엔 무슨 소린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나는 그놈을 꼬옥 껴안으며 말했다.
"그치만 아빠는 승원이가 있어서 행복해. 승원이도 아빠가 있어서 행복하지 않아?"
아들의 대답은 들을 것도 없이 '응'이었다.
아들을 재우고 거실로 나와 어둠 속에 앉았다. 그리곤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인 이유는 행복이란 단어가 풍기는 어감이나 뉘앙스는 내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고 해두자. 아무튼 나는 왜 남들이 부러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을 그만두고 몇 달째 백수로 있으면서 아들에게 그지 소리를 듣고 있는 걸까.
생각해보니 행복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나왔는데 과연 나는 행복한가?
지인 중에 모든 닉네임이나 아이디가 Happy Suuny일 정도로 항상 행복해를 외치는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당신은 과거 또는 현재가 행복하지 않군요.'라고 생각했었다. 현재나 과거에 대한 반대급부적인 반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젯밤, 꼭 그렇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과거와 현재와는 상관없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고 싶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또 행복할 거라고 외치는 그 모습이 오히려 부러웠다. 마치 내가 어제 아들에게 '우리는 행복할 거야.'를 다짐하며 속삭였던 '아빤 행복해'처럼.
과연 저마다의 행복의 지점이 어디인지가 문제겠지만, 나의 가능성을 믿고 회사를 뛰쳐나오던 그 순간의 희열 또한 행복이라면 행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그렇게 사는 모습이 나의 행복이 아닐까. 그렇게 주문처럼 읊조리며 오늘도 한 걸음 더 행복이란 놈을 찾아 나선다.
201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