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봄이 없다고 말한다. 벌써부터 겨울과 여름뿐이라고 페북에 글이 올라 올 정도다. 하지만 요즈음의 나는 생각은 달라졌다. 매일 아침 산을 오르며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는 자연을 느낀다. 저것들이 겨우내 묻어두었던 새순을 틔우기 위해 시시각각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봄은 참으로 길구나' 생각한다.
봄이 없다는 얘기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온 산을 덮고 있는 것을 못 본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나뭇가지에 꽃망울과 새순이 돋으려 안간힘을 쓰는 순간순간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여유가 없어서 일까? 오히려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여유가 없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한편으론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징검다리 건너듯 띄엄띄엄 채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난 주말에 보았던 뒷산의 진달래 꽃망울은 이번 주말이 되면 이미 뽐내던 자태를 잃고 시들텐데, 우리는 그걸 못 보고 덥거나 추운 날씨만 얘기하니 겨울 다음에 여름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하루를 한 번 느리게 살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되돌아보면 그 중간을 무엇으로 채웠는지, 다들 열심히 하루를 살지만 뭐했는지 모를 하루가 아니었던가.
여튼 나의 봄은 이렇다. 개나리 진달래가 만개하면 뒤이어 목련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이어서 벚꽃이 온 세상에 꽃눈을 내릴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제 철쭉도 기지개를 펴고. 그때쯤 되면 맡겨 놓은 새끼를 찾아 뻐꾹새가 새벽부터 뻐꾹뻐꾹 울어 젖힐 테고, 이쯤 되면 배꽃 마저 황홀하게 피어오를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윽고 아카시아 향이 진동하고, 지리한 밤꽃 내음이 번지면서 봄이 빠져나가고 여름이 교차할 것이다. 그러할 진대 봄이 없다니.
올해는 나 또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살피게 될지 모르겠으나, 봄이 없는 것은 그대의 마음이 아닐는지.
2013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