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시련.
째깍 째깍.
시간은 쉼 없이 잘도 흐른다.
단풍잎이 안녕을 고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
가족들의 건강신호에 적색경보들이 켜졌다.
올 겨울은 쉽지 않겠구나 싶은 나날들이다.
3주 전 두 아들들이 하루 차이로 A형 독감을 앓았다.
실로 오랜만에 독감을 앓아봐서 그 여파를 생각지 못한 엄마였도다.
물수건으로 너희들의 몸을 어루만지고 시간 맞추어 약을 먹이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며칠을 정신없이 보냈더니
다행히 3~4일 만에 기력을 찾더구나.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남편은 3주째 아프다고 골골대고 있었다.
환절기만 되면 중환자가 되시는 남편덕에 너희들의 병간호는 내 몫이었고
너희들이 낫고 일주일 만에 아빠도 독감에 확진이 되더구나.
엄마는 워낙 건강한 체질 덕분에
온 가족이 2차 코로나 확진이 되었을 때에도 살아남았고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다지 좋지는 않더구나.
3명의 병간호는 내 차지요. 나는 하루가 모자랄 만큼 바쁘게 근 한 달을 보냈다.
아플 땐 그렇게 안쓰러워 보이고
학교와 공부가 뭐 그리 중헌디 싶다가도
너희들이 기력을 찾아 팔팔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학교와 공부가 금세 세상 중요하게 생각되는 나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편이 아프고 이제 끝났다 싶었다.
그런데 첫째 가을이가 콜록콜록 또다시 열이 나기 시작하더구나.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다시 병원을 찾았다.
축농증.
아아 이 놈은 왜 또 찾아오는 것인가.
머리는 아프고 코는 쉴 새 없이 컹컹거리고
기침은 깊은 천식소리가 새어 나오더라.
또다시 쉼의 연속.
이 겨울의 시작은 이리도 고되고 시리고 아프구나.
부엌 싱크대의 약봉지는
백화점의 가판대마냥 존재감을 뽐내고
약병을 씻어내는 나의 손은 마를 날이 없도다.
이 시린 겨울 이겨내면 조금 더 내 마음 단단해 질까.
조금 더 여유로워질까.
하루 자고 나니 기침이 새어 나온다.
어라? 또 누구인가?
오~ 드디어 나로구나.
긴긴 병간호의 여정에서
나 잠시 쉬어갈 테다.
에헤라디야.
약 먹고 잘 터이니 부디 홍길동을 찾지 마시길.
사진출처: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