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서, 가을이라서 다행이야.

by Victor navorski

내 현생은 취준이다.

4화 취업시즌 이야기




찰칵,

합정에서 당산을 향할 때면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준비한다. 지하에 있던 열차가 환한 빛을 받으며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어두운 터널 벽으로 검게 변해 나만을 비치던 창은 다시 제 역할을 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한강은 유난히 아름답고, 하늘은 유난히 높고 빛난다. 미운 사람 가득한 국회의사당도 어쩜 그리 귀여운지.


찰칵, 사진을 찍는다.








한강이 좋아졌다. 마음이 힘들면 한강이 좋아진다던데, 맞는 말이다.


한강은 조용하다. 주변의 강변도로와 한강다리위로 하루 종일 달리는 덩어리들로 시끄럽지만, 본래 한강은 조용하다.


한강을 멀리서 쓱 보면, 물이 흐르지 않는 듯 하다. 마치 멈춰있는 거대한 물 웅덩이 처럼 보인다. 하지만 멍하니 오래 한강을 보면 바쁘게 한시도 쉬지 않고 흐르는 물줄기가 보인다. 마치 나도 한강 같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홀로만 멈춰져 있어 점차 고여있어 썪어버리는 물웅덩이 같아 스스로가 쓸데없다 느껴진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매일 치열하게 사니 자세히 보면 한시도 멈추지 않는 한강같길 그렇게 나도 너에게도 모두에게 보여지길 바란다.


나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청소년이었다. 그전에는 어린이었고, 더 이전에는 유아, 영유아 였다. 이들의 특징은 성장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발전한다고 할 수 있겠다. 학생은 때가 되면 초등학생이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이 된다. 어린이와 유아 영유아들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욕구의 시기를 살아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키가 크고 몸집이 불고 말이 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우리는 난생 처음으로 스스로 능동적인 선택을 하게한다. 앞뒤옆어디로 가던지 멈춰서던지, 안타깝게도 취업준비생으로서 지금 이 시기는 완전히 멈춰버린 시간과 같다. 챗바퀴를 돌고돌고도는데 한 시즌이 끝날 때마다 6개월이 훌쩍 가는데 결과는 그대로다. 취.준.생.







시즌이란 공채시즌을 말한다. 대부분의 거대기업들이 상반기 하반기 두 시즌에 맞춰 신입공채를 연다. 상반기는 3월부터 5월 초이고 하반기는 9월부터 11월 초 까지이다. 그 사이에는 인턴이 간간히 뜨기도 한다. 대학생의 여름 방학을 맞춰 5월에 1달 간의 여름방학 인턴, 11월에는 겨울방학 인턴이 뜬다. 하계 동계 인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든 공채에 떨어지면 이어서 이 인턴을 지원한다. 인턴은 전환형이 주 목표이다. 인턴 근무 이후 평가를 통해 정규직 전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환이 아니더라도 지원한다. 취준생은 스스로 갑자기 멈춰진, 흐름에서 홀로 고여있는 물처럼 느끼기에 뭐라도 해서 썪지 않으려 한다.


시즌 기간에는 자소서를 쓰고 인적성 공부를 하고 면접준비를 한다. 보통 인문대생 기준 적개는 10개 많게는 30개의 지원서를 내니 한달 반의 시즌 기간 동안, 앞의 한 달은 3일 걸러 하나 씩 자소서를 쓰고 각 일정에 따라서 서류에 통과하면 인적성을 공부하고 면접으로 이어간다. 서류 인적성 면접으로 갈수록 30에서 10, 1개 까지 점차 숫자가 줄지만 준비 시간 길어진다.


서류 접수 기간은 3월과 9월 한달 간 몰려있다. 일정은 매년 변하지만, 보통 일주일에 하나에서 두개를 낸다. 이 때문에 자소서는 보통 그 전에 미리 작성해둔다. 미리 써둔다 해도 질문이 바뀌기도 하고 다시보면 이상하기도 하고, 사실 실제로 한 두개 싸놓고 살짝 씩 바꾸기 때문에 서류제출 기한이 오면 다시 쓰고 고치고 쓴다. 얼마나 들어가고 싶은지에 따라 서류시즌동안 밤을 세서 고치기도 하고 그냥 복사붙여넣기를 하기도한다. 합격은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복불복이다.


서류접수 기간이 붙어있듯 인적성도 몰린다. 운이 좋게 많이 붙으면 날짜가 겹쳐 하나를 포기해야한다. 면접도 마찬가지이다. 취준생사이에서 멘탈관리에 이용되는 유명한 말이있다. 어차피 하나만 붙으면 된다.라는 말이다. 많이 붙어도 서류부터 하나만 붙어도 결과는 똑같이 하나가 붙는다는 말이다.


서류접수 기간이 붙어있듯 인적성 기간이 붙어있듯 면접기간이 붙어있듯,

결과도 몰아서 나온다. 일주일에 한번은 나의 합격과 불합격을 확인한다. 한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30개의 지원서를 넣으면 적어도 30번 나는 작은 컴퓨터 화면을 보고 깊은 우물끝 나락 까지 떨어진다.







그래도 시즌기간이 봄이라서 가을이라서 다행이다. 날씨에 따라 기분이 변하는 생물학적 인간인 나이기에 혹한기를 지나 환한 봄 햇살을 보면 기분이 나아지고 폭염을 지나 선선해진 바람을 느끼면 조금 행복해진다. 길가의 꽃을 보며 즐거워할 수 있고, 구름 한 점 없이 높아진 하늘을 보면 마음이 멍 뚫린다. 다만 가을은 조심해야 한다..... 지는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이나 갑자기 빠르게 황량해지는 풍경에 우물바닥을 뚫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며 사진을 찍는다 찰칵, 더 의지를 내어 한강을 찾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살갖이 찢기는 혹한에 멘탈도 같이 녹아내리는 폭염에 그 화면을 봤다면 절망에 슬퍼하고 짜증을 주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닌 중, 다행이다.

첫 취준 당시 어설픈 준비에 매일 같이 탈락을 맞보았다. 인적성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면접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서 부터 탈락이 느껴졌다. 그래도 그때마다 하늘이 너무 이뻐서 지는 노을이 아름다워서, 쓸데없이 꽃이 나무가 이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제는 별일이 아니라도 하늘이 이쁘면 사진을 찍는다. 하늘이 이쁜가 확인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유난히 하늘이 회색빛이다. 여름에는 구름이 많이 끼고 장마철엔 회색빛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이 유난히 답답하다. 역시 아닌 중 다행이다. 탈락 화면은 봄과 가을에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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