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사실, 절망의 시작

by Victor navorski

내 현생은 취준이다

9화 희망은 사실 절망의 시작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하루의 몇천 자의 글을 쓰고, 일주일 간 몇만 자의 글을 읽다 보니, 자소서 외의 글까지 쓸 여력이 없었다.


한 달 전, 뉴스를 보던 중 화면 아래 단신으로 다음과 같은 소식이 지나갔다.


-27일부터 하반기 취업시장 개막.

-...?!



개막이란 단어를 쓸 줄이야. 마치 성대한 축제의 시작인 듯, 뉴스는 그렇게 다가올 대기업 신입 공채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은 지옥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희망의 신기루, 그 어딘가 였다.


추석 연휴로 인해, 유난히도 서류 마감일이 많이 겹쳤다. 하루 걸러 하루에 2-3개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3일 간 5개의 기업에 지원하고는 3일 간 죽은 듯 잠만 자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 희망찬 시간이었다.


모든 회사의 지원서에 거의 빠짐없이 있는 항목이 희망을 준다. 바로 지원동기이다.

지원동기를 쓰기 위해서는 우선 회사를 조사한다. 취업 박람회나 설명회 직무 상담에 참여하며 회사를 조사한다. 그리고 그 내용에서 나와의 연결점만을 찾아 지원동기를 만든다. 회사와 나의 접점을 직접 만들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희망을 품는다.


내가 정말 이 회사를 위해 태어난 인재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 내가 바로 너희가 찾던 그 사람이다. 속으로 외친다. 특히 새벽에 자소서를 쓸 때면 상태가 심각해진다. 어쩔 땐 그 희망에 홀려 새벽 내내 자소서를 쓰고 홀라당 서류를 내버린다.


새벽이 지나 잠을 자고 오후 늦게 일어난다. 새벽 내 쓴 자소서를 보면 희망은 금세 사라지고 절망이 도착한다. 개발새발 써 내려간 내 지원동기는, 누가 봐도 그 사람이 아니다. 기업이 찾는 인재는 사라졌다. 가끔은 너무 늦게 발견하기도 한다. 탈락 결과를 받아 들고 믿을 수가 없다는 마음에 다시 자소서를 본다. 그러면 대부분 이유를 금방 찾는다. 역시 자소서를 쓰던 내게 찾아온 희망이란 신기루에 속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등록했는지, 과거의 나를 찾아 멱살이라도 잡고 싶어 진다.



서류 마감이 미친 듯 몰려있던 10월 초, 아침부터 학교를 찾아 설명회를 듣고, 집에 돌아와 밤새 자소서 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며 마음 한 가득 희망을 채웠다.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듯.




발표를 앞둔 지금 희망에 가득 찼던 사람은 불안해진다.

너무 희망적이었다는 건, 사실 그만큼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10이면 10, 딱 알맞은 그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기업이 찾는 인재상이란, 오히려 그 인재에 딱 맞는 사람이 홀로그램일 정도이다. 현실에 존재할 수가 앖다. 따라서 결국 내가 그 사람이다, 느꼈던 희망은 신기루가 분명하다. 제대로 알아보고 고민했다면, 10 중 내가 가지지 못한 2-3개 때문에 불안해야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도 난, 희망을 너무 많이 봤다. 젠장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꿈의 크기는, 내가 아는 것이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