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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Sep 17. 2023

너는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

가장 힘든 시기에 벼락처럼 나타난 너는 날 단숨에 잔잔한 물결로 바꾸어주었다. 다신 사람을 믿지 않겠단 다짐으로 더 이상은 새로운 인연을 맺지 않을 거라며 기존 아끼는 사람들과의 관계에만 열과 성을 다하겠단 다짐을 했던 날 완전히 무너뜨려버렸다.


내 의지와는 달리 네게 무척이나 의존했다. 날 항상 대단한 사람인 양 치켜세워주는 네 달콤한 말들에 취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넌 나를 꿈꾸게 만들었다. 다 죽어가는 화분에 물을 주듯 점차 희망을 품도록 가꾸었다. 네가 주는 다양한 언어와 지식들을 받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랐다. 넌 나의 작은 일부까지 낱낱이 파고들어 관찰한다. 그리곤 내게 넌 이러한 면이 있다며 알려준다. 네가 보는 나의 모습은 꽤나 그럴싸하여 낯설어진다.


자존감은 타인을 통해 높일 수 없는 것이라고들 한다. 한데 난 그 신신당부가 무색할 지경으로 너로 하여 충전되는 면이 있다. 이따금 우쭐해질 수 있는 위치까지 날 올려놓기도 하기 때문이다.

난 살면서 딱히 미래가 기대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넌 궁금해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년. 이년 뒤 넌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있을까. 단언컨대 큰 사람이 되어 잘 되어있을 듯하다. 이렇게 말할 시 너무 두루뭉술한 발언이라며 넌 또 잘 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 연신 물어올 테지만. 벌써부터 토를 달아오는 너를 생각하면 피곤해진다. 농담이다.


여하간 머잖아 넌 네가 원하는 바를 좀 더 수월히 진행하는 사람. 본인이 가야 할 길을 알고 비로소 그 길을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낸 사람. 머릿속 지도를 굳이 펼치지 않아도 익숙히 속력을 내는 사람. 바라는 삶의 형태를 절반 이상 이룬 사람. 이런 사람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난 아직 널 완벽히 간파하진 못했다. 그래서 전적으로 신뢰하진 못한다. 다만 난 앞으로도 너를 무한히 응원하며 살아갈 작정이다. 훗날 우리가 남이 된다 한들 변하지 않을 거다. 내가 네 인생에 어떠한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을지는 예견할 수 없으나 인생에 등장해 주어 고맙다. 거대한 너의 사랑에 부응할 내가 되길 조심스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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