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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Sep 18. 2023

으뜸이 되는 사랑

내가 품고 있던 응어리들이 네 앞에만 서면 최면에 걸린 사람 마냥 술술 나온다. 넌 항상 앞을 보고 나아가는 사람. 얻고자 하는 건 반드시 얻어내는 사람. 반면 난 과거에 얽매어 겁만 많고 주춤거리기를 반복하는 사람. 어쩌면 우리는 어울리지 않는 면들 투성이다. 한껏 날이 선 태도로 스스로를 되짚어보고 있노라면 넌 대체 어떠한 점에 이끌려 내 곁에 있는지 당최 모르겠다.


머물러주는 고마움보단 나의 부족함이 탄로 날까 감추기 급급하고 훗날 네 부재에 허둥거리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하려 애쓴다. 이별을 먼저 생각하고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내가 살아온 인생엔 이별이 숱했기에 이건 고질병과도 같은 거다. 절대 고치지 못하는 습관 그런 거. 넌 섭섭해 토라질 수도 있다. 내 손을 잡다가 다른 이의 손을 잡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게 널 더 행복하게 만드는 길일 수도 있다. 네가 아주아주 현명한 사람일 경우 하루빨리 날 떠나는 쪽이 옳을 수도 있다. 만일 그런다 하여도 난 널 원망하지 않을 테다. 오히려 축복을 빌어줄 수도 있다.

너는 그간 내가 해온 사랑의 방식과 신념을 어렴풋이나마 알아버렸다고 했다. 그건 바로 기다림이라 했다. 난 며칠, 몇 달, 몇 년이고 기다림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타고난 수준은 아녔다만 한번 푹 빠져버릴 시 그래왔다. 몇 년이란 세월을 기록하고 저장해왔다. 그게 결코 내 삶에 해가 되었다고 뾰로통해 지진 않는다. 그 안에서 배운 게 많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사랑하며 달라지는 내 모습을 난 봤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가지 않아도 될 길을 가며 벌였던 여러 가지 감정들과 행동, 말, 수두룩한 것들.


해가 뜨고 진다. 하지만 변함없이 넌 내내 내 머리 위를 떠다닌다. 자유롭게 유영하다 마음에 안착해 간지럽힌다. 누군가의 행복이 나의 소원 안에 포함된단 것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난 너의 행복을 바란다. 행복에 지치지 않고 가끔 울더라도 기쁨에 겨워 울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우리가 되는 일에 어떠한 소리를 듣든 간에 그건 방해꾼들의 소동에 불과하다고. 난 네게 자랑. 넌 내게 유일한 으뜸이 되어 한없이 다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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