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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Sep 21. 2023

사랑한다는 말로는

넌 밤이었던 내게 나타난 별. 나는 너한테 짧은 일탈이라 한들 개의치 않다. 난 노상 밤이었다. 어둠이었다. 불 하나 켜지 않은 적막한 고요를 홀로 견디고 있노라면 그게 그렇게나 처량하고 비참해질 수가 없었다. 한데 넌 그런 내가 하등 밤에서 그치지 않도록 해준다. 근사한 밤하늘로 만들어준다. 반짝이는 별인 네가 내 세상 위로 떠올라 부단히 제 빛을 발휘해낸 까닭이다. 그러니 아무렴 난 네 배경일지라도 상관없다. 너만이 빛나고 거대해진다면야 어떠한 형태로 남든 간에 널 물끄러미 들여다볼 자격 하나 주어질 시 으레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푹 패인 네 보조개를 가만 찔러보고자 한다. 요컨대 신도 너를 빚을 때 귀여워 한번 쿡 찔러본 모양이다. 빛나고 길해라. 네가 가진 이름의 뜻대로 넌 살아가고 있다. 내게 와 빛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 주는 관계 따윈 없다고 으르렁거리며 살았었다. 영원은 절대 없다고 언성을 높였었다.


하나 넌 그런 나의 섣부름이 부끄럽도록 생각을 바꿔 평온을 안겨준다. 날 혼내고 일으키고 보듬어주며 나아갈 힘을 준다. 어떤 하루에는 눈뜨는 것도 버거워 하릴없이 천장만 바라보며 시간을 죽이고픈 무기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럼에도 얼마 못가 걸려온 네 목소리를 듣자니 여간 생기가 돋는 게 아니다. 번뜩 활력이 솟는다. 넌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벌여놓았는가.


처음 널 보았을 적엔 내가 널 외롭게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다. 다만 지금은 도리어 널 혼자 둘 수 없어 못살게 굴고 있는 지경이다. 보고 싶고 듣고 싶다. 네 얼굴을 들여다보며 미세하게 움직이는 표정의 변화에도 일일이 반응해 보고 싶고 네 음성의 높낮이에 따라 무슨 감정이 실리는지 파악하고 싶다. 넌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준 단 하나의 인물이다. 널 통해 나의 무지를 깨닫고 반성한다. 네가 나에게 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을 잠자코 손으로 이어가고 있노라면 어느새 완성된 별자리가 있다.


내가 가진 제일 따뜻하고 선한 걸 네게 주려 한다.

사랑이라고 말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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