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또 Sep 28. 2023

가끔 내 생각나면 보러 와

모든 말들을 제쳐두고서 네게 가장 먼저 하고픈 말은 다름 아닌 보고 싶었다. 너무 보고 싶어서 걷는 거리마다 네가 있었고 누구를 만나든 간에 네 얘기밖에 나오지를 않았다. 자다가도 일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일을 하다 말고서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근 채 울었다. 널 당장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수억 번 생각했다. 그러하면 이 주체 불가능한 갈증과 막연한 슬픔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빌었다.


하지만 대답은 달려오지를 않더라. 끝내 오지 않을 넌 영원히 기약 없음에서 날 영원한 기다림으로 밀어 넣었다. 너는 분명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은 인간이거든. 너처럼 맑고 무해한 인간은 또 없을 거라 확신하는데 난 널 담은 후로 왜 줄곧 이다지도 아프고야 마는 건지 모르겠다. 너에 대한 기대는 아마 죽는 날까지 계속될 테다. 넌 그때마다 아랑곳 않고서 파도의 포말처럼 날 부수고 다시 일으키고 그래라.


너는 너다울 때가 제일 재수 없고 멋있다. 그 기고만장한 태도로 날 치켜올려다 볼 때 참말로 두근거렸다. 다가갈 수 없는 존재 같아서 말이야. 이런 걸 보면 나도 참 정상 아니다. 그러니 넌 널 바꿀 생각 추호도 하지 마. 계속 그렇게 제멋대로이고 싹수없으며 감정 기복 심하고 화내고 별거 아닌 일에도 쉽게 우쭐거리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다정하며 지치지 않는 애정을 선사할게.


언제나 손 내밀면 닿을 법한 거리에 내가 있어.

부디 그 사실을 잊지 않고서 자유로이 찬란하길 바라.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우린 거창하고 흔한 거 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