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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Jan 13. 2024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엉터리로 자른 베이글 샌드위치를 네 입에 넣어주는 일. 항상 가는 카페에서 초코 라테를 사 나눠 마시는 일. 달콤 팝콘에서 캐러멜이 잔뜩 묻은 부분만 다 골라 먹어 네가 빽빽거렸던 일. 천 원짜리 키 링 선물에도 기뻐하는 일. 퇴근길에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 하며 다소 수다스러운 모습을 함께하는 일. 어쩌면 이토록 별것 아닌 일. 낭만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작고 사소한 모든 것들이 낭만이 되어 영화가 되는 일.


나의 가장 불안정한 시기를 너로 인해 잘 버틸 수 있었음을 인지한다. 이따금 모진 말로 서로를 생채기 내면서도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처럼 군다. 화해를 알아간다. 작은 배려에도 사랑을 느낀다. 지극히도 개인적이던 인간이 자신을 드러내고 공유하기 시작한다. 포옹의 깊이를 헤아린다. 맞잡은 손의 온기를 간직한다.


‘내가 슬퍼할 때, 네가 __해주면 힘이 날 것 같아!’란 질문에 망설임 없이 적는다. 두 볼을 맞대고서 있는 힘껏 안아주었으면 한다. 언젠가 내가 네게 아무런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적이 있더란다. 그때의 넌 나를 꼬옥 안고서 눈물을 제 뺨에 가져다 대었다. 나의 슬픔이 네게 닿아 번졌다. 난 네게 나의 불행을 옮긴 듯하여 금세 미안해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기운이 나는 거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매료되어 응어리진 마음이 삽시간에 녹아내렸다. 한낱 추위도 우리를 얼리진 못했다.


사랑이 사랑만으로 되지 않는다는걸,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을 법했던 날. 너도 좀 더 이기적으로 본인을 지킬 수 있어야 할 텐데. 나는 너보다 조금 더 많이 이기적인 사람인지라 네게 매정해지는 순간들이 잦아지는 모양이다. 이전엔 이성적인 게 싫다고 했다. 남이 되기에 딱 쉬웠으니까. 솔직히 넌 단 한 번도 어중간한 적이 없었다. 되려 중간을 넘어선 감정으로 확신을 품어주고자 부단히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걸 내가 모를 리 없었다. 가까워질수록 더 자주 깨닫는다.


몇 주 전엔 내가 울음바다였다면 며칠 전엔 네가 울음에 잠겨 하마터면 익사 일보 직전이었다. 다 큰 어른이 눈물 콧물 다 빼며 마치 다섯 살 꼬마 마냥 우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 가슴이 미어졌다.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어서 들어가란 힘없는 문장이 전부였다.


사실상 널 웃게 하는 건 쉬웠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과 목소리로 사랑한단 한마디면 충분했다. 매일 그걸 머뭇거리는 나는, 무언가 되기에는 글러먹은 것 같다. 꾹꾹 눌러 담는 음성과 마음을 잘 개어놓는다.


너와 있을 시 어려진다. 앞서 말했듯 별것 아닌 일들이 별것이 된다. 사소한 일들로 토라지고 유치한 장난으로 숨넘어갈 듯 웃어젖힌다. 훤히 드러난 치아와 보조개가 귀엽다. 이다지도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데 우리는 왜. 행복을 행복으로만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하나 실은 이 문제는 나에게만 있으니 나만 잘하면 되는 노릇이란다. 행복을 행복으로 만들고 싶고 행복을 행복으로 굴리고 굴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고 싶다.


한상 가득 차려진 식탁. 우리는 마주 보고 앉아, 뭐 그리 즐거운 얼굴을 하고서 젓가락을 든다. 포만감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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