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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Jan 29. 2024

우리는 찰싹 붙어 서로를 더 사랑해야 해

우리 가능한 아주아주 가까운 곳에, 그러니까 즉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살자. 지구본을 빙글 돌려 냅다 손가락으로 콕 찔러 도착한 나라에 살아도 재밌겠다.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다른 곳이라 한들 두려움보다는 너랑 팔짱 끼면 뭐든 낭만일 거라 그저 즐겁겠다. 바다가 보이는 곳도 좋고 산으로 둘러싸인 곳도 좋다. 벌레가 날아와 놀랄 때면 네가 냉큼 잡아주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해도 내가 버럭! 하다가 끝내 둘이 마주 보고서 맥락 없이 웃어버리고 말겠다.


추우면 껴안으면 그만이고 꽁꽁 싸맨 채 호빵이나 호호 불어먹자. 더우면 더운 대로 반팔 한 겹 달랑 입은 채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서 선풍기 바람이나 쐬자. 이따금씩 불쑥 차오르는 질문은 ‘넌 도대체 날 왜 좋아할까?’란다. 그러면 우리는 구구절절 이유를 대봐도 결국엔 그냥 거두절미하고 서로이기에 좋은 거다. 좋음을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점점 더 불어나는 감정은 내리막길로 굴러떨어지는 눈덩이 같아서 도무지 막을 길이 없다.


네 뺨이 거칠어지지 않는 선에서 우리는 모험을 한다. 싸워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어떤 날은 우리의 허리춤에 아주 강력한 고무줄이 묶여져 있는 게 아니려나 싶다. 그래서 암만 멀어지려 서로의 반대편으로 전력질주하여도 좀처럼 멀어질 수 없고… 하는 수없이 원상태인 것이다.


나는 너와 아무 말 없는 시간이 가장 포근하다. 침묵이 가져다주는 안정을 처음 느껴보는 탓에 희한하기도 하다만, 인제는 이만한 편안함이 없어 연신 너를 끌어안으며 말 대신 볼을 비빈다. 가끔은 네게로부터 건너오는 눈빛이 수만 가지의 문장을 대신한 ‘사랑해’같다.


우리 가까운 곳에, 더 가까운 곳으로 붙어 껌딱지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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