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에 오래도록 기척이 없는 날이 올까요

by 주또

이맘때쯤이 되면 저절로 내가 생각날 수도 있겠군요. 조금만 추워지거나 무리할 적에는 틀림없이 몸살을 앓곤 했으니까요. 주머니 속에 손을 푹 찔러 넣은 채 점퍼 지퍼는 목 끝까지 올리고서 펭귄 걸음으로 걸어가던 내 모습, 당신이 쉽게 잊을 리 만무하잖아요. 작은 것도 세세하게 기억을 잘하던 당신이기에 나의 이러한 사소함 또한 여전히 생생할 거라 멋대로 착각해 보도록 할게요.


가방엔 항상 약을 챙겨 다녀요. 감기약, 두통약, 소화제 등등. 이젠 챙겨줄 당신이 없어 빼먹고 나왔을 경우, 혹은 약이 다 떨어졌을 시엔 땀을 삐질 흘려요. 간혹 당신이 아직 습관처럼 약을 가지고 다니는 상상을 해봐요.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해요. 일종의 이기심일 수도 있겠죠.


가령 ‘오래 사귀다가 헤어진 남자의 가방 안엔 오래도록 머리끈이 자리 잡고 있었다’식의 따분한 얘기처럼요. 나 역시 당신을 위해 매일 들고 다니던 반창고와 후시딘, 립밤 같은 걸 필수로 챙겨요. 늘 질겅질겅 씹는 껌도 변함없고요.


게다가 한곁같이 웃을 때, 당신과 눈매랑 입매가 닮고요. 똑같은 걸음걸이와 여전한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해요. 사실상 이런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들에 불과한데 말이죠.


아마 몇 주 지나 차츰 날이 풀리기 시작할 듯해요. 다시금 죽어있던 모든 것들이 생명력을 얻는 봄이 올 테지요. 그럼 나는 덜 슬퍼할게요. 절반만 그리워하고 반의반만 추억할게요. 다가올 당신의 봄은 찬란하기를 소망하겠습니다.


나 같은 건 다 잊고서 좋은 사람 만나 안정적이고 행복한 사랑을 하세요(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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