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계속되고 사람과 붙어있기 난감해졌다

지구 어딘가도 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by 주또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우린 더 오래 우정을 유지할 수 있을 거였다. 여전히 종종 시간을 되돌리는 비현실적인 상상을 한다. 네게 진실을 모조리 토해내고서 용서받는 꿈을 꾼다.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녔는데, 정말로.’ 이러한 말마디들은 핑계에 불과해진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아보려 기억을 복기한다. 그러나 수건으로 겨우 닦아내다가 빨간 대야에 비틀어 도로 물을 짜내는 셈이 된다. 무소용.


대체 왜 겪어봐야만 아는 일들이 존재하는 걸까. 얼룩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과거를 경멸하다 보니 삶이 통째로 미워졌다. 다만 이대로 모든 걸 놓아버리기에는 내 옆을 지키는 전부에게 미안해져야 하는 노릇이었다.


슬리퍼를 신었다. 이곳저곳 아팠다. 발바닥에도 통증이 있었고 목덜미도 뻐근했을뿐더러 자꾸만 몸살이 났다. 이전에도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주말에 나갈 수 없을 지경으로 몸이 아프곤 했는데, ‘같은 맥락인가?’ 골몰하다가 ‘그건 아닌 듯.’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무수한 사건사고를 경험한 후론 오히려 덜 예민해졌다. 더 이상은 이보다 더 최악은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려나, 흐려진 눈가를 연신 비비적거렸다.


날 잘 알지 못하면서 판단하는 인간들이 지겨웠다. 갈색 머리카락이 땀으로 엉망이 되었다. 두 볼을 부풀렸다. 동생과 나눈 대화가 머릿속을 스쳤다. 대충 내가 어디론가 대략 한 달 정도 떠나있다가 오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동생은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누나는 열심히 살았으니까 그래도 되지. 그리고 뭐든 하고 싶으면 하면 돼.” 동생은 늘 그런 사람이었다. 난 항상 무언가 하고파지면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먼저 찾았고 동생은 반대였다. 필히 해야 할 이유를 우선으로 나열했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여간 성가신 게 아녔다. 때로는 들떴고 때로는 침잠했다. 나는 몇 년 후 어디에서 어떠한 꿈을 꾸고 있을지 지레 짐작해 보았다. 이윽고 더위를 먹은 모양인지 속이 울렁거렸고 머리가 핑 돌았다.


뉴스에선 온갖 안 좋은 소식만 연달아 이어졌다. 가끔은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을듯한 기분이 휘몰아치곤 했다. 지구 어딘가도 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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