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을 백 번만 보내고 나면 크리스마스가 찾아온다고 한다.
보고 싶어 하느라 하루를 꼬박 할애한다.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이러한 질문은 지질하기 짝이 없다. 헤어진 후 나름 담담히 지내는 중이다. 늘어난 커피잔의 개수와 확연히 줄어든 달력 속 동그라미는 이따금씩 나를 허망하게 만들곤 한다만, 질질 짤 정도는 아니다. 궁상맞게 미련 남은 내용으로 상태 메시지를 바꾸거나 프로필 사진을 설정해두지도 않는다. 텅 빈, 소식에 너도 나를 궁금해할지 의문이긴 하다.
더 이상 잔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 카페인을 줄이라는 둥, 밥을 천천히 먹으라는 둥, 겉옷은 꼭 챙기라며 현관까지 따라나오던 발자국 소리는 이제 고요하다. 모든 게 꼭 없던 사연같다. 아주 긴 꿈을 꾸고서 깨어난 느낌이다. 마음이 한껏 붕 떴다가는 이내 덜컹한다. ‘아’ 하는 탄식이 쏟아질 때면 남몰래 눈물이 흘러 쓱 닦고 말기도 한다.
괜찮다는 말은 진심이다. 한두 살 먹은 어린 애도 아니고 사람 하나로 크게 무너지진 않는다. 미뤄뒀던 드라마를 정주행한다. 빙빙 돌려 거절했던 약속도 참석한다. 밤늦게까지 거리를 쏘다닌다. 돈을 쓴다고 해서 너에 대한 감정이 전부 소진되는 건 아닐 텐데. 그간 별 관심도 없어 했던 것들을 무작정 구매한다.
머리카락이 제법 자라 덥수룩 해졌다. 정리 안된 손톱과 눈썹이 사람을 참 애매하게 보이도록 했다. 여름엔 수영장이 있는 펜션에 놀러 가자더니. 새끼손가락 걸고서 했던 말이 무슨 의미가 있길래, 그토록 여러 번 되뇌었나. 골몰해 본다.
더는 복숭아와 관련된 디저트를 내놓지 않는다. 땀에 푹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기지 않아도 된다. 가을 냄새가 난다고, 주변에서 짜기라도 한 것처럼 죄다 중얼거린다. 이 밤을 백 번만 보내고 나면 크리스마스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때 넌 무얼 할까. 서로가 남이었을 적엔 뭐 하면서 시끌벅적한 하루를 넘겼더라.
사랑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사랑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사랑을 하지 않는 나한테 어색해졌다. 이보다 더 찬 바람이 불게 되면 한층 더 쓸쓸함이 감도는 것 아닌가, 어깨를 움츠렸다.
너는 왜 나를 사랑했을까. 그리고 그것을 후회하지 않을지. 이기적이게 아니라는 답을 듣고 싶었다.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