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이번 생이 처음이잖아요

by 주또

시월이 갑니다. 창문을 열어두니 찬바람이 고개를 들이밀고 마는데요. 어느 정도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서 하얀 눈송이 풍경에 가까워지는듯하네요. 두꺼워진 이불을 덮습니다. 옷장 깊숙한 곳에 개어두었던 긴팔 잠옷을 꺼내 입고서 자리에 누워요. 이래저래 생각이 불어납니다. 온통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들이 천장을 어지럽힙니다. 과거를 후회하는 데에 생을 할애하는 건, 무척이나 미련한 짓이라고들 해요. 친한 지인분께서도 연연하지 말라며 지난 일은 과거일 뿐이라고 종종 따끔한 일침을 듣곤 했어요. 게다가 얼마 전 더 친근한 이와의 대화는 이랬지요.


“인생이 처음이라 실수도 잦았고, 뜻과는 다르게 흘러간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

“누구나 그렇지. 선택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기도 하고. 설령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한들 다신 안 그러면 되는 거 아니겠어?”

“맞아. 맞는 말인데, 그 모든 것들이 어쨌든 간에 나의 과거로 남아버린다는 게, 괴로워지곤 해.”


난 매일이 미련해집니다. 꿈에선 매번 무언가에 쫓기거나 해방되곤 하는데요. 네이버 검색창에 해몽을 입력하는 짓도 질려버린 지 오래이지요. 최근 불현듯 깨닫게 된 사실이 있어요. 별것은 아닌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말이에요. 거짓말들이 눈에 더 잘 보이는 듯해요. 악의 없는 선한 거짓말도, 뒤에서 안 좋은 꿍꿍이를 벌이는듯한 말도. 금방 눈치채게 되어 뒤통수만 연신 긁적이게 되어요. 어쩌면 그만큼 사람을 의심하게 된 것도 같고요.


불과 2년 전만 해도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들고 싶었어요. 모두와 친해지고 싶었고요. 거절은 꽤나 어려웠지요.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어 난처해지기 일쑤였답니다.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도 수 없이.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을 겪어, 배신감을 느끼기도 수차례. 당시에는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현재에도 그때 그런 마음이었던 나의 탓이라고 단정 짓고 말긴 해요. 남을 미워하는 방향 혹은 나를 미워하는 방향. 화살의 촉을 어느 쪽에 두는 것이 쉬운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난장판’ 같았던 이십 대를 건너 이제 두 달 후면 삼십 대가 됩니다. 기대가 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요. 삼십 대에는 좀 더 안정적인 내가 되어있기를 바랍니다. 무엇 하나에 온 마음을 쏟아 고통스러워하거나 무언가를 너무 미워하고 미안해하지 않기를 원해요. 늘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중얼거리는데요. 말 그대로 좋은 날, 좋은 것들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 하루하루 무탈하기를 꿈꿉니다.


이맘때쯤 진해지는 기억들을 하나둘씩 되짚어보아요. 참 많이 애정했던 것들이 있는데요.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들은 한창 애정하던 것들을 여전히 애정하고 있나요? 동일한 마음과 시선으로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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