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순수했던 옛 생각이 나네요. 당시, 당신한테 빼빼로를 주겠다고 주변에 죄다 돌렸던 기억이요. 아침부터 한 아름 품에 안은 빼빼로로 인해 얼마를 썼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당신에게만 주면 될 문제인데, 그런 식으로 티를 낼 용기는 없었던 모양이에요. 비록 당신이 좋아하는 빼빼로 종류를 알아내기 위해, 속이 훤히 보이는 질문을 대놓고서 던졌지만 말이에요. 당신은 다 알면서도 살갑게 웃으며 친절하게 대답해 준 것일 테지요.
당신은 인기가 많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사실상 내가 준 빼빼로를 본인이 먹었을 거란 장담은 못 해요. 질리도록 입에 댄 탓에 쉽사리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버렸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 해서 서운해할 순 없는 거겠지요. 이러한 상상을 하고서도 애써 입꼬리를 올려보는 일에 익숙했어요. 더불어 내가 빼빼로를 주었다는 사실마저 잊힐 게 뻔했어요. 일주일이 뭐예요. 그냥 하루 이틀 지나고서 넌지시 얘기할 시 갸우뚱거릴 거였잖아요.
당신은 나에 대한 걸 너무도 가볍게 잊었고, 반면 난 당신의 전부가 생생해 괴로울 지경이었죠.
당신은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었어요. 자연스레 상냥한 눈빛을 보냈고 선뜻 다정함을 행할 수 있었어요. 난 그런 것에 괜히 혼란스러워하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했는데요. 빈번히 무너져내렸지요. 한겨울 나뭇가지에 수북이 쌓인 눈이 비로소 그 나뭇가지를 꺾어 추락하게 만들듯, 당신은 매우 간단히 나에게 켜켜이 쌓여 기어코 저 아래로 낙하하게 했어요.
희망은 기대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기대가 희망을 데려오는 것인지.
난 당신이 날 좋아해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하곤 했으나 솔직히 그런 사람이 어딨겠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기 마련이지요. 다만 깊이 바라게 되면 더 가까워지고 싶어지고. 그러다 보면은 분명 바보 같아질까 봐. 그리하여 당신이 나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으려나, 주춤거린 것이랍니다.
다른 백 명의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것보다 당신 한 사람이 날 미워한다는 상상이 더욱 끔찍했어요. 반대로 다른 백 명의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보다 당신 한 명의 사랑이 절실했지요.
지금 와서 되짚어보면 그냥 웃고 넘길 만한 한편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그 시절에는요. 나의 세계였고요. 나의 유일함이었어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감정이 있다는 걸 배우게 된 처음이기도 하고요. 더 이상 이 사랑 아니고는, 다음은 없을 거란 착각에 참 많이 애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