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뭐가 될 수 있냐고 묻기보단,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어야 옳았던 걸까요. 유해한 세상, 모든 것들 사이로 오직 당신만이 무해했지요. 그렇게 맑게 웃어준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그런 식으로 마냥 천진했던 인물은 난생처음 만나봤지요.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요. 유치한 장난을 좋아해요. 복잡한 건 냉큼 눈 감아버리고요. 어른임과 동시에 어린이 같은 면도 다분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얕볼만한 인간은 아녔고요. 당신이 나의 손을 처음 잡았을 때,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듯한 느낌을 경험했는데요. 과장하는 거 아니고요. 진짜예요.
당신이 나한테 멋있다고 말해줬던 날. 난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정말로 괜찮은 인간으로 거듭나선 당신을 데리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지요.
당신이랑은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고요. 티 없이 가벼워질 수도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우리는 가끔 철학가라도 되는 것 마냥 무게 있는 대화를 나눠요. 그리고 또 어느 날은 유치원생만도 못한 농담을 하며 철없어지지요.
당신이 가진 슬픔을 내가 안아주고 싶다며, 글썽이던 하루를 기억하고 있나요. 난 아직도 당신의 눈물이 눈에 선해요. 사실 난 원래 지독한 자기 연민에 시달리던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한데 당신을 만난 후론 나를 가여워하는 것보다 당신을 보살피는 데에 온 힘을 할애하지요. 당신이 힘들어하거나 아파할 때, 그것만큼 가여울 게 없어요. 벌겋게 충혈된 눈가에 당장이고 달려가 마구 끌어안아주고파요. 당신의 고통은 내가 다 앗아가고파요. 이런 게 사랑이라고 단정 지으면 주제넘는 걸까요.
서른에 도달한 시점까지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란 질문에 시달려요. 이번 생 안에 필히 답을 찾아내야 할 문제처럼 여겨져요. 당신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오늘은 함박눈이 내리네요. 속내는 여전히 거세게 뒤흔들리는 스노우볼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듯 혼미해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서둘러 당신 이름을 적어봐요.
어느새 소복이 나의 마음에 가득 쌓인 당신.
매일, 매 순간, 매초 애틋해요.
너무 낯간지러운 소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