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닌 우정이었어야 우리는 좀 더 얼굴을 오래 마주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왜 하필 수많은 감정들 중 사랑을 느껴버려서, 하지 않아도 될 법한 숱한 고민을 달고 다니며 밤잠을 설쳤던 걸까요. 당신이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나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말이에요. 그저 나라는 인물이 당신의 지난 상처를 씻기고 약을 발라주는 입장이 되기만을 바랐어요.
근데 되려 덧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내내 불편하네요. 혹여나 내가 당신을 버린 것은 아닐까, 과한 책임감이 죄책감으로 변질되어 수시로 얼굴을 묻어요. 만일 둘 중 한 명만 아파야 한다면, 필히 내 몫이 되기를. 눈 감으면 아직도 가까이 있는듯한 착각이 드는데요. 한사코 깨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잊히지 않는 서러운 농담 같아요. 우리가 함께 울고 웃었던 추억들이 한 평생 따라붙을 것처럼 선명해요. 어떤 이별은, 서로의 감정이 다 식지 않았음에도 돌연히 일어납니다. 살점을 도려내는 것 마냥 고통스러워요. 화장실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둔 채 하염없이 울게 하고요. 밥을 먹어도 금방 수저를 내려놓도록 하지요.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죄다 사라졌어요. 그동안 모아둔 돈을 전부 탕진하여 아무도 모르는 지역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조용히 당신을 사랑하며 여생을 할애하고파요.
앞으로 당신의 부재를 어떤 식으로 견뎌야 할까요? 당신을 만나기 전의 나로 제아무리 되돌아가려 해도 소용없어요. 다시 원점이에요. 당신을 그리워해요.
세상이 끔찍하고요.
나 자신이 가장 싫습니다.
우리가 결혼할 거라 믿었지요. 혹 아님 결혼을 포기하면서까지 서로의 곁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단언했어요. 한데 부질없는 소원이 되어버렸네요. 당신도 나와 영원을 꿈꿨단 답변이 이젠 무의미해졌습니다. 슬퍼요. 우리가 처음 같이 갔던 장소를 떠올리지요. 나란히 의자에 앉아 웅장한 음악소리를 들었어요. 손을 맞잡고 싶어 꼼지락거렸으나 망설임이 길어진 탓에 결국 그러지를 못했지요.
“저도 좋아해요, 정말 많이 좋아해요”
이후, 우리는 소망하던 연인이 되었고요. 재차 그곳을 찾았어요. 당신의 손을 잡고자 했어요. 다정히 머리를 맞댄 채 음악을 감상하고팠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날 뜻하지 않은 오해로 인해 다툼이 일어났고, 기어코 언성을 높인 바람에 서로가 반대편으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지요.
자꾸만 그 장면이 생각납니다. 아쉬운 모양이에요. 도로 그곳에 갈 일 없을 거잖아요. 그때 좀 더 따뜻해볼 걸 그랬어요. 우리의 시작이 된 장소의 마지막 기억이, 그늘진 듯하여 후회가 짙어지네요.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
https://youtube.com/@sarmumegg?si=kk5BpKjijiBJFKl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