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느끼며 기분 좋게 기상을 했는데..? 어라라 내 다리가 왜 이러지?
아빠, 나만 지금 다리가 아픈 거야? 분명히 어제 저녁까지는 멀쩡했던 내 다리가 한라산 등반의 여파로 로봇처럼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안돼~
삐그덕 삐그덕 고장 난 로봇처럼 침대에서 일어나서 다시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비행시간이 오후여서 오전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쭉 드라이브를 하며 발 닿는 대로 구경을 하면서 올라가기로 했다. 오늘의 드라이버도 역시 나. 체크아웃을 하고 주차장에 가서 운전석을 열고 앉으려고 하는데 다리를 못 구부리겠어..! SOS 아빠 나 좀 도와주세요 SOS
다행히 앉고 일어날 때만 다리에 고통이 느껴졌을 뿐, 운전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제주도의 마지막 날은 따스한 햇살과 적당히 부는 바람, 드라이브를 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근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씩 테이크아웃을 하고 제주도의 동쪽을 향해 달려갔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섭지코지로 가는 이정표를 발견했다.
딸~ 섭지코지 가봤어? 올인 촬영했던 데잖아.
아뇨, 섭지코지로 들어가 볼까요?
머리가 휘날리고 바람막이의 모자가 뒤집어질 만큼 센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바닷가 바로 옆이라서 그런지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사로웠지만 바닷바람의 추위는 무시할 수 없었다. 손가락이 점점 얼어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산책로를 따라 올라갔다. 풍경이 예쁘네, 사진 찰칵. 인증샷은 남겨야지, 셀카도 찰칵.
섭지코지의 풍경
짧은 섭지코지 관광을 마친 후 다시 발길 닿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산 일출봉 이정표가 보였다. 두 번째 목적지는 자연스럽게 성산 일출봉으로 정해졌다.
유명 관광지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성산 일출봉으로 향하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따뜻한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었는지, 패딩 점퍼에 모자, 장갑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성산 일출봉으로 이동하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외국인들에게 제주도의 11월은 차디 찬 날씨인가 보다. 아직 한국의 진짜 겨울이 오려면 멀었는데 말이지.
완전 무장한 외국인들 사이로 반바지 차림의 한국인 관광객이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 11월의 제주도는 한국인들에게는 아직 따뜻하다고.
성산 일출봉을 올라가 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어제 우리는 더 높은 한라산을 갔다왔잖아~ 라는 핑계를 대며 성산 일출봉 입구까지만 구경을 했다.사실은 나랑 아빠 둘 다 한라산 등반의 후유증으로 뭉쳐있는 다리 때문에 한 걸음도 못 올라갔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