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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2분

재즈란 말이죠?

'재즈의 계절'을 읽고

by 김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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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단어만 봐도 뭔가 있다. 몸 안쪽부터 꿈틀대고, 흥이 나다가도 서글퍼진다.

재즈가 알고 싶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오리무중이었다.

주호민 님은 재즈 붐을 일으켰지만, 내가 알고 싶던 재즈와는 조금 달랐다.


그러다 우연히 인스타에서 접한 '재즈의 계절'.

제목 좋고, 표지가 좋았다. 그 길로 홀린 듯 구매해서 한 장 한 장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어보는 기분으로 읽어갔다. 책을 덮고 나자, 안에 있는 모든 영화, 제품, 노래들을 갖고 싶어졌다.


다양한 영상의 작가이자 음악 감독, '재즈피플'의 칼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책의 저자는, 여러 분야의 경험을 토대로 확장된 세계를 '재즈'로 묶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와 화가, 브랜드들이 가진 재즈와의 접점들을 이야기로 풀어나가기에 '째알못'인 나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과연 '재즈를 어디에나 알리고 싶은 사람'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흥미로운 건 저자의 스토리텔링 방식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대중적 요소를 통해 주목을 시킨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재즈의 소울’을 읊어준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뭐야, 세상은 온통 재즈로 이뤄져 있잖아?' 하는 생각에 빠지고 만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내가 좋아했던 콘텐츠에서 재즈의 역할'을 통해 다시 한번 그 기억을 상기시켜볼 수 있다는 부분과 '내가 몰랐던 콘텐츠를 재즈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다.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 '버닝'에서 음악적 메타포로 마일스데이비스의 '제네리크' 음악을 어떻게 사용하게 되었는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K-Drama '오징어게임'에서 재즈 음악 'Fly to the moon'이 가지는 강렬한 메시지 등을 통해 기존 알고있던 콘텐츠를 다시한번 상기시켜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관심이 1도 없던 '향수'라는 카테고리에서 메종 마르지엘라의 '재즈클럽'이라는 제품을 나도 모르게 구매할지 망설이게 만들기도 했다.


몇 가지 인상 깊었던 문장을 발췌해 봤다.

혹시 지금 고민에 빠져 있나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하지만 재즈는, 어쩌면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지금 겪는 크고 작은 실패들이 정말로 틀린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그것이 틀리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다음 할 일을 고민해야 합니다. (34p)

예술은 직유가 아니라 은유의 작업입니다. 예술가들은 이전까지 관계없던 대상들을 자기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연결하고, 감상하는 이들은 마치 암호처럼 엮여 있는 작품의 논리를 해석하면서 작가의 세계와 친해집니다. (183p)

재즈와 혁신의 공통분모를 찾고자 경영학의 관점에서 즉흥성을 분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깊은 울림을 받은 것 중 하나는, 즉흥연주가 결코 즉흥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재즈평론가 김현준 님의 비유처럼 즉흥연주는 '농익은 시간의 축적이 필요한 힘겨운 창조 과정'입니다. (205p)

루이 암스트롱이 자신의 트럼펫 연주를 듣고 의미를 궁금해하는 관객에게 했던 말로 답변을 대신할게요. '형제여, 이해가 안 간다면 내가 설명할 길은 없어요. (Brother, if you don't get it, there is no way can tell you.) (241p)

사람들은 '나답게 사는 법'을 깨우치기 위해 기나긴 고민에 빠지곤 하죠.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을 때. 바로 그 순간으로부터 진짜 내가 누구인지 이해해 보는 거죠. (245p)

당신은 어떤 때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구나요? 어쩌면 그 순간 진짜 나의 마음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57p)

지금 당신에게 전부인 것은 무엇인가요? 혹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채 어디서부터 출발할지 모르겠다면, 방금 마음속에 떠오른 그 단어들에서 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265p)


끝으로 머리를 벙찌게 만들었던 재즈 아티스트 존 콜트레인의 명언으로 글을 맺는다.


만약 당신이 진실하다면, 신발끈으로도 연주할 수 있다.

'You can play shoestring, if you're sinc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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