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디자인'을 읽고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이자 일본 굴지의 무사시노 미술 대학의 교수.
'하우스비전'을 비롯 다양하고 혁신적인 작업과 전시를 시행한 기획가.
그리하여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책, 내일의 디자인을 읽었다.
가볍게 읽히면서 흡입력 좋은 문체와 인사이트를 주는 그의 활동들을 엿볼 수 있음이 매력적인 책이었다.
한국에서는 '내일의 디자인'으로 멋드러지게 제목지어졌으나, 일전의 저서 '디자인의 디자인'과 같이 디자인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은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원서의 제목은 '일본의 디자인'으로, 저자가 일본이 발전하기 위해 가져야할 미래적 생각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일본이 가지고 있는 '미의식이라는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여 국제적인 힘을 길러갈 것인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얘기한다.
하라켄야는 책에서 계속해서 앞으로의 일본에 변화해 나가야하는 방향에 대해 기술한다. 중간에 인용된 '사기'의 문장인 ‘계구우후 鷄口牛後’가 이 책의 핵심으로 보여지는데, 소의 꼬리가 아닌 닭의 머리가 되기 위해 저자는 일본이 ‘미의식’을 무기로 차별화 해야한다 말하고 있다. 서양이 세계의 기준이 된 시대에서, 아시아만의 강점을 어필하려면 어설피 서양을 따라해선 안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들만의 독보적인 강점을 살려 닭의 머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일례로 제시된 'JAPAN CAR' 전시의 내용이 특히나 인상깊다.
서양에서 나고 성장한 '차'는 본디 '속도의 욕망'에서 발현된 엔진이라는 거친 야생성을 길들여 '속도를 정복'하기 위한 장치이다. 따라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체는 사선형이 되고, 사용자는 거의 눕다싶이 탑승하며 거친 엔진 소리를 들으며 운전하는 것. 그와 반대로 일본은 일상의 도구로서 차량이 발전하게 되었는데, 경차의 한계에 딱 맞춰 네모 반듯하게 올려낸 다이하쓰의 'TANTO' 모델이 대표적이다. 작지만 넓직한 내부공간은 그야말로 일상의 도구로서 사용하기 적합한 형태가 된 것. 이러한 '차별화'를 길러내는 '의표를 찌르는 각도'가 일본이 가져야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자주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서 기술하는데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꾀하는 것이 디자인이고, 그 모습을 떠올리고 구상하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명쾌하게 그려내는 것이야말로 디자인의 본질
디자인에 대하여 논하는 것은 또 하나의 디자인
디자인이란 만들어내기만 하는 사상이 아니라 물건을 매개하여 살림이나 환경의 본질을 생각하는 생활의 사상
꿈을 꾸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제시하는 것이 디자인
정보 디자인의 목표가 수용자의 능동성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디자인이란 물건의 본질을 찾아내는 작업
와 같이 얘기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디자인이란 '본질을 통해 상상하고, 상상을 실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저자는 일본의 본질을 '섬세, 정중, 치밀, 간결'이라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한 미의식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요소들을 상상하며, 상상이 실현되기 위한 다양한 전시와 작품들을 전개한다. 이를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차별점을 세계에 퍼트리고, 이는 곧 이미지화 되어 뇌리에 각인된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정갈하고 깔끔하며 디테일이 살아있는 장인정신적 요소들이 모두 이러한 디자인의 과정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이 책을 읽으면 알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