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반짝인다. 느긋한 아침을 보내고 오르티세이(Ortisei)라는 돌로미티(Dolomiti) 서쪽 지역에서 꽤 큰 마을로 답사를 갔다. 그 마을에는 돌로미티 산들을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가 3개가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는 길 초입부터 길이 엄청나게 막힌다. 원래 계획은 이 동네에서 케이블카를 어디서 타는 것인지에 대한 사전 조사도 하고 마을에 있는 큰 슈퍼에서 먹거리 장보기도 하려고 했는데, 포기하고 돌아섰다. 차가 막히는 것도 막히는 것이지만, 마을에 5개 정도 있는 주차장이 이미 만차이다. 만약 오르티세이까지 차로 이동하여 케이블카를 탈 계획이라면 정말 아침 일찍부터 나서야 하겠다.
돌아오는 길 아쉬운 마음에 오르시테이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마을 풍경을 눈에 담아 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아 그리고 이 마을까지 오는 길에 마을버스를 여러 번 마주쳤는데, 마침 캠핑장에서 준 마을버스 프리패스 생각이 났다. 주차장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 대신에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듯 해 내일부터는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돌로미티 서쪽 지역인 수드티롤 (Sud Tyrol)은 버스 노선이 많고, 공식 숙박업소에 묵으면 숙박기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 카드를 준다)
이렇게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곳은 카스텔로또 (Castelrotto)라는 조용하고 아담한 마을이다. 이 마을을 지날 때 두 개의 큰 슈퍼마켓을 봤던 터라 장보기를 주요 목적으로 들렀는데, 생각보다 훨씬 예쁜 마을이었다. 전통 있는 오래된 건물은 그 관리상태가 매우 좋았고 새롭게 지어진 건물은 건축학적으로도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았다. 옛 건물과 잘 어울리면서도 모던하고 깔끔했다. 오르티세이 마을에 비하면 훨씬 작은 마을이라지만,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신기할 정도로. 그래서 그런지 마을이 더 정갈하고 예뻐 보였다. 친구는 일본의 오래된 마을길을 걷는 느낌이라고 했다. 우리는 마을 산책을 마치고 마을 초입에 점찍어 둔 피자리아 (Pizzeria Restaurant Bachler)에서 점심을 먹고 장을 본 후 숙소로 돌아왔다.
해가 쨍한 알프스의 오후 3시는 꽤나 더웠다. 크게 한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숙소에 도착하니 괜스레 피곤한 듯했는데, 이 쨍한 날씨가 너무 아까웠다. 마침 이 캠핑장에는 잘 관리된 수영장이 있어 수영도 하고 일광욕도 할 겸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침에 샤워를 하러 가면서 수영장 물 온도를 체크하러 갔을 때는 관리인이 없었는데, 오후에는 관리인이 수영장 출입을 확인하고 있었다. 수영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나에게 혹시 수영장 예약 종이를 가지고 왔느냐고 묻는다. 그런 종이는 체크인 시 받은 적이 없다며 어디서 받을 수 있냐고 했더니 리셉션에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종이가 없는데 그냥 들어갈 수 없냐 했더니 머물고 있는 텐트가 어디인지 확인 후 입장을 허락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오후 2시 이후에는 수영장이 너무 붐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이용을 예약하고 예약자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유도리" 있는 관리인 덕분에 이용이 가능했는데, 다음부터는 잘 확인하고 예약을 미리해야겠다. (그러나 이게 우리의 마지막 수영장 이용이었다. 그래도 하루라도 이용해서 다행이다.)
수영장은 물 높이가 적당히 높지만 그렇다고 발이 닿지 않을 정도는 아니어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다. 4시가 넘으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해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해가 쨍할 때는 머리가 뜨거울 정도로 더운데, 바람이 불면 금방 선선하고 추워진다. 알프스의 날씨란.
이렇게 오늘 하루를 거의 마무리했는데, 본격적으로 하이킹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워밍업으로 꽤나 알차게 보낸 날이었다.
이번 주 날씨를 살펴보니 꽤나 좋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하이킹을 시작할 예정이다. 벌써 설렌다.
친구는 이제 시차가 오는지 저녁을 먹고 바로 골아떨어졌다. 나도 이제 자야겠다. 굿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