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의 휴일이다. 느즈막하게 잠에서 깨어 눈을 떠보니 아이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랑말랑한 거리를 두고 자고 있다.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는 게 일상이 될 수 있을까? 언젠간 이루어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자는 줄 알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함께 자고 있던 내가 신기했나보다. 두 녀석과 본의 아니게 눈싸움을 하게 되었다. 슬그머니 장난기가 돌기에 어떻게 장난을 쳐줄까 고민하려는데 두 녀석이 동시에 일어나 ‘엄마’하며 밖으로 나간다. 어라? 이건 뭐지?
- 오, 우리 강아지들 일어났쪄? 언능 세수하고 와. 밥 먹자.
벌써 아침을 차렸나보다하고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두 녀석이 앙증맞은 손으로 세수를 하는데 눈, 코, 입만 손이 왔다 갔다 한다. 아니 손이 움직인다기 보다는 얼굴을 위아래로 움직여 손을 닦는 듯하다. 두어 번 그러더니 이번엔 손과 얼굴을 동시에 움직여 작은 원을 그린다. 나름 얼굴 옆까지 닦는 스킬을 터득했나보다. 하, 언제 이렇게 컷다냐.
나도 대충 씻고는 식탁에 앉았다. 오늘 아침 메뉴는 계란밥이다. 갓 지어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쌀밥에 노른자는 익히지 않은 계란 프라이를 얹어 고소한 마가린과 참기름을 듬뿍 넣고는 간장으로 간을 맞춘 후 깨소금으로 마무리하면 완벽한 계란밥이 된다. 무척이나 간단한 요리지만 요게 만만치가 않다. 배합이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맛이 영 안 살아나는데 내가 그런다. 그래도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 내가 차려먹는 게 아니니 맛있게 먹었다. 요리는 나보다 잘하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
밥을 얻어먹었으니 설거지는 내가 해야겠다싶어 밥상을 정리하고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오늘은 절대 깨뜨리지 말아야지 하면서... 이상하게 설거지만 하면 서너 번에 한 번은 꼭 그릇을 깬다. 미칠 노릇이지만 한 번 ‘헤~’하고 웃어주면 그냥 넘어가주니 고맙다고 해야겠지.
설거지하는 동안 아이들이 옷을 다입고 어린이 집에 갈 준비를 마쳤다. 신발까지 신고는 문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외친다.
- 엄마, 안아주고 뽀뽀!
아이들을 하나씩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모습을 보니 샘이 난다.
- 잠깐만, 나도 해줘야지.
녀석들이 서로 마주 보고 씨익 웃더니 내 말을 가볍게 씹어버린다. 아오, 저것들을...
옆에서 킥킥대는 저 인간이 더 얄밉다.
모처럼 쉬는 날이라 한숨 더 자고, 며칠 미루었던 집안일을 해봤다. 어지간히 해서는 안될 만큼 많아진 일들이 줄을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다 할 수 있을까싶었지만 욕심내지 말고 하는 만큼만 해야겠다. 이 인간은 나 좀 도와주지 자는 사이에 쏙 빠져 나갔단 말이지. 들어오기만 해봐라.
어느새 시간은 흘러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인가보다. 밖에서 어린이 집 차량이 빵빵 크락션을 울리며 나를 부른다. 얼른 나가보니 아이들이 차에서 내려 선생님 손을 꼭 잡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이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꼭 잡고 있던 선생님의 손을 놓고는 어마어마하게 맑고 밝은 소리로 외친다.
- 엄마!
그리고는 달려가 안기는 것이 아닌가. 아침부터 시작된 열기가 극에 달한 나는 뚜껑이 열려 냅다 소리를 질러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