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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싼타페 May 18. 2020

시간, 너 참 얄밉다.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먼 거리라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벌써 도착 했나’라고 말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시간은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기준을 맞추어 속도를 냅니다.  반대로 싫어하는 일을 하거나,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시간은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에 기준을 맞추어 속도를 줄여버립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말입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시간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입니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지만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도 그러했고 그 반대의 경우에도 그러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할 어린 아이의 시간은 왜 그리도 잘 가는지요.  친구들과 놀다보면 해가 어둑어둑해지고 엄마만의 독특한 하이톤이 동네를 울려야 집에 가려고 일어섭니다.  최대한 밍기적거리면서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시간은 10대에는 10㎞/h로, 20대에는 20㎞/h, 50대에는 50㎞/h, 70대에는 70㎞/h의 속도로 흘러 간다구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오히려 어린 시절의 속도가 더 빨랐던 것 같습니다.  하루는 무척 길게 느껴졌지만, 일 년은 빨리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도 하루가 길게 느껴졌던 것은 학교 공부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하기 싫었거든요.

    요 며칠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언급했지만 좋아하는 일은 시간이 빨리 가고, 기다리는 일은 시간이 천천히 갑니다.  둘이 부딪히면 평균 속도가 나와야 맞을 텐데 야속하게도 시간은 천천히 갑니다.  아주 느릿느릿하게 말입니다.  
    시간은 일관성이 없고 무척이나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우리는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이겠죠.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공모전에 참가했습니다.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제가 당선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사람의 욕심이라는게 그렇더군요.  자꾸 조회수를 보게 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달력을 확인하며 29일을 기다리는 저의 모습이 낯설게도 느껴지고, 생일을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결과를 뻔히 알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상하고 요상한 현상.  저만 그럴까요?

    어쨌든 얼른 29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알고 있는 결과를 확인하는 것뿐이겠지만 확인이라도 해야 헛된 기대에 사로잡히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참 안갑니다.  정말 야속할 정도로 더디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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