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일찍 떠진 오늘, 간단히 아침을 먹고 모리시타 노리코가 쓴 <계절에 따라 산다>의 입춘 꼭지를 읽으며 찻자리를 가졌다.
모리시타 노리코의 <게절에 따라 산다>와 책갈피로 쓰는 오이타의 명함.
느긋하게 한 시간쯤 차를 마신 후 뭘 하지, 생각하는데 갑자기 벌써 매화가 피었다던 엄마의 말에 생각이 미쳤다. 얼마나 피었을지, 벌써부터 그 고아한 향을 내뿜고 있을지, 갓 핀 꽃잎은 얼마나 부드러울지 절로 상상이 되어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그래서 누가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곧바로 겉옷을 걸쳐 입고 매화나무가 있는 근처 아파트로 향했다.
아, 정말로 매화가 피어있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수줍게 오므린 꽃봉우리와 간간히 몇 송이 피어있는 매화 꽃잎이 내 마음을 한껏 부풀게 했다. 모든 꽃이 다 핀 것은 아닌지라 아직은 희미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만난 매화 향기가 얼마나 반갑던지. 코끝을 스치는 희미한 향에 만족하지 못하고 코를 가까이 가져가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아, 그 순간 얼마나 행복하던지, 내 마음과 내 온몸이 그 향기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져 아찔했다.
앞으로 매일 들러 이 향과 이 자태를 눈에 담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하고선 조심스레 다섯 송이를 따 집으로 돌아왔다. 두 손을 포개어 그 틈에 코를 대고 맡으니 좀 더 짙어진 향이 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한참을 맡다가 이번에는 다완에 담아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때 피어오르는 아찔한 향이란! 행복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행복해졌다.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났다. 게다가 매화향이 담긴 그 물은 어찌나 달고 향기롭던지.
세상에 누릴 수 있는 호사가 바로 이것 아니면 무엇인가 싶었다. 매화가 모두 지기 전까지는 이 호사를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참 즐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