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나는난초와 생선가게
子曰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향기나는 난초가 있는 방에 든 것 과 같아서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
오래 있으면 그 향기를 맡지 않아도 그와 같게 되고
與不善人居 如入鮑魚之肆
선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마치 절인 생선가게에 있는 것과 같아서
久而不聞基臭 亦與之化矣
오래 있으면 그 향기를 맡지 않더라도 그와 같게 된다.
丹之所藏者亦 漆之所藏者黑 是以 君子必愼其所與處者焉
붉은 색을 지닌 자는 붉게 되고, 검은 색을 지난 자는 검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는 함께 지내는 자를 반드시 삼가야 한다.
위의 글은 명심보감 교우편에 나오는 글이다. 선하고 좋은 친구와 같이 있으면 향초 냄새가 나고, 선한지 않은 사람과 있으면 썩은 내가 진동하는 생선가게에 있는 것과 같아서 생선 비린내가 내 몸에 베인다는 말이다.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궁금하면 자신의 친구를 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類類相從(유유상종)이기에, 사람은 친한 사람들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고등학교에 갓 올라온 신입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주로 교우관계와 학업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샘, 제가 중학교 때는 친구들하고 좀 놀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정말 공부 잘 하고 싶어요. 근데 고민이 생겼어요."
“그래, 기특하구나. 근데 뭐가 문제야?”
“공부할 때 자꾸 놀자고 연락이 와요. 뭐 나가면 뻔하죠. 피시방 가서 게임하고. 그렇게 한 두 번 나가다 보면 자꾸 공부하는 맥이 끊겨요.”
“공부한다고 거절하면 되잖아?”
“그러면 그 친구들 하고 사이가 멀어지잖아요. 그거는 좀 의리가 없는 것 같고,”
“정 네가 고민이면, 그 친구들한테 너의 사정을 말하고, 만나는 시간을 주말로 정하는 게 어때? 그 친구들 외에는 다른 친구는 없니?”
“있어요. 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있거든요. 그 아이들이랑 같이 수학 문제 풀고, 모의고사 킬러 문제 풀면서 매우 친해졌어요. 그 아이들 보면 동기부여도 많이 받구요. 내가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너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라, 보고 배울 것이 참 많아요. 근데 그 친구들은 좀 재미가 없어요. 다들 범생이라….”
사실, 우리도 살다 보면 이런 고민을 할 때가 많다. 재밌고 편하지만 만나고 나면 좀 허무해지는 그런 친구, 재미는 없지만, 무언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친구.
‘조던 피터슨’은 그의 책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이러한 사람과 교제하기는 사실 쉽지는 않다. 나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목표를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과 같이 있다 보면 나도 성장하고 그도 성장한다.
나는 피터슨의 이 글을 읽고 좀 웃기지만 레깅스와 몸빼가 생각났다. 몸빼는 정말 입고 있으면 엄청 편하다. 하지만 몸매 관리에는 완전 ‘꽝’이다. 나처럼 갱년기 호르몬으로 인하여 복부지방이 갑자기 불어나면 점점 옷을 편하게 입게 된다. 몸빼만 입고 있으면 내 배가 얼마나 나왔는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레깅스를 입고 있으면 적나라하게 나의 배가 다 보인다. 그러면 자연스레 먹는 것도 신경 쓰게 되고, 자세도 더 신경 쓰게 된다.
몸빼를 입던, 레깅스를 입던 선택도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진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원한다면, 먼저 지금 당신 주변을 한번 살펴보아라. 당신이 거하는 곳은 향기 나는 곳인가? 생선가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