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體光明,暗室中,有靑天。
심체광명 암실중 유청천
念頭暗昧,白日下,生厲鬼。
염두암매 백일하 생려귀 -채근담-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으며,
생각하는 머리가 어두우면 대낮에도 도깨비가 나타난다.
며칠 째 습하고 더운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나갈 곳도 마땅치 않고, 주야장천 집에만 있으니, 슬슬 짜증이 몰려온다. 그러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 한 권을 읽었다. 바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다가 아내와 함께 아유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서 강제노역을 했다. 미군에 의해 극적으로 수용소에서 해방되지만, 그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은 살아남지 못했다. 저자는 시종 담담하게 자신이 겪었던 참혹한 일을 말하고 있다. 그와 같이 들어온 수감자들은 결국에는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전염병까지 돌아서 대부분이 病死(병사)했다. 보통 28명 중에 1명 정도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라는 의지를 가진 사람은 생존을 했다. 다들 사연이 다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푸른 하늘을 본 자들은 살아남았다. 저자는 미완성 원고를 끝까지 완결하려는 목표와 아내와의 재회가 그 이유였다. 힘든 노동으로 미치기 일보 직전일 때는 많은 관중들 앞에서 강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아내와 재회는 하지 못하였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의미 치료’를 창시하였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나는 남 앞에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가끔은 이런 내가 참 한심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꿈이 있지 않은가? 나의 꿈은 뭐 거창한 것 은 아니다. 사춘기 부모님들을 위로하는 책 한 권 내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학부모들 앞에서 내 경험담을 토대로 자녀교육에 대해서 강연하는 꿈을 꿔본다. 비록 지금은 내 방에 하늘이 쪼금 보이지만, 언젠가는 파란 하늘 전체를 볼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기억하라! 판도라의 상자 마지막 단어는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