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노력해도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속상한 당신에게
-반복의 힘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선생님~공자도 거짓말하네요, 뭔 배우는 것이 즐거워요? 말이 되나요?”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한문 수업 중 들었던 말이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학(學)은 대학을 가기 위한 도구인데, 내가 하는 말이 이해가 안 갈 만도 하다.
“애들아, 여기에서 학(學)은 ‘국영수사과’라고 해석하면 이 말의 깊은 뜻이 이해가 안 갈 거야. 예를 들면 내가 춤을 너무 좋아해서 유명한 강사한테 수강했어. 그러면 날마다 집에 와서 틈틈이 연습하면 얼마나 기쁠까? 그때 느끼는 기쁨을 말하는 거야”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끄덕 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 이 문장을 보니 학(學)의 의미가 조금 더 깊게 느껴진다. 살면서 자신의 단점을 깨닫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학(學)이 아닐까 한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특히 아이가 사춘기에 돌입하면 부모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고, 그야말로 아이와 나의 사이가 갈 때까지 간다. 때로는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나에 대한 ‘비판’이 아프다 못해 삶에 대한 의욕이 꺾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아이의 말 중에는 반드시 고쳐야 할 나의 단점도 있었다.
나 또한 아이를 혼낼 때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치고, 아이를 내 손아귀에 꽉 쥐어야만 맘이 편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아직도 그렇다) 이런 내가 너무 싫어서 정말 멋진 엄마가 되고 싶었다. 관련 책과 강연을 찾아보며 하나둘, 아이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해 보고 있다. 이 방법도 써보고 저 방법도 써보고 닥치는 대로 하고 있다. 어떤 날은 내가 좀 나아진 것 같아서 ‘배운 것을 써먹는 것이 이런 기쁨이구나’라고 뛸 듯이 기뻐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다가 아이와 대판 싸우면 ‘역시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 하나 보다.’하고 나에 대하여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최근에 ‘습(習)’의 의미를 다시 풀이해 보면서 위안을 받았다.
‘습(習)’은 아기 새가 날갯짓을 익히는 모양을 본떠 만든 글자라고 한다. 아기새는 날기 위해서 셀 수 없을 만큼 날갯짓을 한다. 단 한 번에 성공하면 좋으련만, 날갯짓을 하다 심지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겪고 나면 푸른 하늘을 멋지게 나는 새가 된다.
‘습관의 힘(찰스 두히그)’에서는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반복이 매우 중요한 것을 말하고 있다. 뇌과학자들은 사람의 뇌는 가던 길로만 가는 성향이 매우 강해서 습관을 고치려면 수 없는 반복을 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무한 반복이 사람을 진 빠지게 만든다. 그래서 공자는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을 했나 보다.
우리는 너무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에 익숙해 있다. 그래서 결과만 따지고 과정은 홀대한다. 하지만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가? 다이어트를 할 때 조금씩 몸무게가 빠지는 기쁨처럼, 매일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좀 기뻐해 주면 안 되는가?
‘습관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일이든지 하게 만든다(도스토예프스키)’라는 말이 있다.
오늘도 묵묵히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당신은 이미 ‘승자(勝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