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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적성해 Jun 25. 2021

고난은 나에게 상처도 주지만 선물도 줍니다.

고난은 나에게 겸손을 선물한다!!`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  

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받는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필요한 경우 외에는 sns를 하지 않는다. 노안이 와서 그렇기도 하지만, 실상은 비교 지옥에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남의 것을 부러워해서 이미 심적으로 피폐해져 본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정욕구가 있다. 없다면 거짓말 이겠지만, 허나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나이가 되니, 만초손 겸수익 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사실 나는 별로 자랑할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정확히 3년 전만 해도 자랑 거리가 있었다. 바로 중학생 큰 딸이었다. 집에서는 나의 말을 너무나 잘 듣고, 학교에서는 최상위권에 선생님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 그런 아이였다. 속상하고 힘들일이 있어도 큰 아이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배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고등학교 선행을 다 나간 큰 아이와, 내가 맡은 담임반 고1 아이들을 맘 속으로 비교하기도 했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의 학부모님과 통화할 때면 짐짓 거들먹거리며 훈수를 두기도 했다. 우리 아이보다 공부를 안 하는 친척 아이가 장래 희망이 의사라고 했을 때는, 얼마나 의대 가기 힘든지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더한 일도 있지만 차마 낯 뜨거워서 생략하겠다.ㅠㅠ)

 허나, 나의 교만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큰딸이 또래보다 늦은 사춘기를 시작하더니, 대박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나의 강압적인 훈육방식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 순진하고 착했던 아이 눈에서 레이져가 나오더니, 어느 날은 아파트가 떠나가라 나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야단을 치려고 하면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것은 애교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방에서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니, 층간소음으로 항의를 여러 번 받았다. 늦은 밤에 아이와 싸우다 혈압이 올라 벌러덩 쓰러진 적도 서너 번 있었다.

학교에서 베테랑 교사로 사춘기 아이들을 잘 상대한다고 인정받았던 나였다. 하지만 막상 내 자식이 사춘기 지랄 염병하는 모습을 보니, 이론과 실제는 너무 달랐다. 아이랑 싸우다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울기도 여러 번 했다.  나는 적어도 내가 노력하면  우리 아이 사춘기가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나는 이 일을 통해 진정한 겸손을 배웠다. 사춘기 부모 역할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이고, 자식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우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 고1 담임을 하였을 때, 근처 중학교에서 제일 힘들다고 하는 남학생이 우리 반에 배정되었다. 원격수업 기간 동안 너무 연락이 안 되어 어렵게 통화했더니 쿨하게 한마디 했다.

"oo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니? 선생님이 걱정했잖아?"

"아, 그거요? 샘 번호 내가 차단했거든요.  왜요?"

20여 년을 교직생활을 했지만 너무 당황해서 답을 못했었다. 암튼 야생마 같던 이 남학생과 일 년 동안 그럭저럭 잘 보냈다. 다른 선생님들이 나보고 보살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아이가 아무리 나에게 버릇없이 굴어도 집에 있는 우리 아이보다는 예의가 있었다. 그리고 더 낮아진 맘으로 학교 아이들을 바라 보니, 참으로 예뻐 보이고 귀하게 보인다. 큰아이의 사춘기는 나의 마음 배포를 넓혀주었다. 마음이 넓어지니, 교직 생활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재미있다. 학교에서 반 아이가 잘못해서 전화할때도, 꼭 이말을 해준다.

"어머니~아이 키우시느라 힘드시죠? 저도 제 자식이  맘대로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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