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적성해 Jul 11. 2021

충고를 듣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먹줄과 숫돌

木從繩則直 人受諫則聖

목종승즉직  인수 간 즉성

공자가 말하기를,  "나무가 먹줄을 따르면 곧게 되고, 사람이 충고를 받아들이면 슬기롭게 된다. "    

 먹줄은 목수가 나무를 재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다. 먹줄을 당겨 나무를 필요한 크기로 다듬기 위한 기준선을 표시한다고 한다. 먹줄 없이 나무를 재단하면 당장에는 임시방편으로 집을 짓겠지만, 그러한 집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공자는 먹줄을 언급하며, 사람에게는 충고가 그의 행동을 바르게 재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사실 충고와 관련된 명언이나 일화는 무수히 많다. 당신도 나도 충고를 받아들이면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충고를 들으면 기분이 더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그것이 내가 감추고 싶은 약점일 경우, 최악의 경우는 상대방과 손절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옛날 신하들은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諫’을 했는가 보다.

나는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충고를 ‘신규교사’ 시절에 받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던 그 시절에 주변 선배교사들의 충고는 나에게 시험문제 족보 같은 존재였다.  아이들을 다루는 법부터 학급운영까지 선배들의 조언은 나의 비밀병기였다. 그들의 충고를 듣고 하나 둘 따르다 보니, 제법 아이들을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 경력이 생기니, 누가 나에게 충고를 하면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충고를 하면 못 듣는 척을 하거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고 당당하게 말하기도 했다.

 인생을 살면서 충고를 따르던지 무시하던지 선택은 본인의 자유다. 그때는 충고를 듣지 않아서 손해를 본다면 그것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니 감당하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내가 먹줄을 무시하고 나의 직감으로 재단해보니 기분은 좋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는데, 좀 지나니 비도 새고 나무도 틀어지기 시작했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다.

耳 中 常 聞 逆 耳 之 言, 心 中 常 有 拂 心 之 事,

縡 是 進 德 修 行 的 抵 石. 若 言 言 悅 耳,

事 事 快 心, 便 把 此 生 埋 在 猛 毒 中 矣.


-귀로는 항상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마음속에는 항상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곧, 덕을 발전시키고 행실을 갈고닦는 숫돌과 같다.

만약 말마다 귀를 기쁘게 해 주고, 일마다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면

그것은 곧 인생을 무서운 독극물 속에 파묻는 것과 같다.    


무디어진 칼을 되돌리는 방법은 숫돌에 가는 방법 외에는 없다. 아프고 속상하지만, 독극물 속에 사는 것보다 훨씬 지 않을까?  나도 숫돌질은 아직까지는 아프고 싫다. 하지만 어제보다 다듬어진 나를 만나기 위해 견디어 본다.

이전 13화 자꾸 노력해도 '도로아미타불'이 되어 속상한 당신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