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심리학이나 대인관계에 관한 책을 수시로 읽는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정신과 의사 김혜남 선생님이다. 그분의 책을 읽다 보면,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같다. 참 고맙게도 ‘삭막한 세상에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를 깨닫게 해 주시는 분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분은 현재 파킨슨 병으로 투병 중이시다. 애독자의 마음으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글 쓰시기를 기도해본다.)
이분은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에 대해서 타키투스의 “비난에 화를 내는 것은 그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인정하는 것”을 언급했다. 아울러 누군가 자신을 부당하게 비난하면, 내가 받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오늘 내가 사는게 재미있는 이유」
명심보감에 이와 비슷한 맥락의 말이 있다.
我若被人罵 佯聾不分說,
아약피인매 양롱불분설
내가 만약 남에게 욕을 먹더라도 귀 먹은체하고,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겠습니다.
譬如火燒空 不救自然滅
비여화소공 불구자연멸
욕은 불이 허공에 타타가 저절로 꺼지는 것과 같습니다.
我心等虛空 摠爾飜脣舌
아심등허공 총이번순설
내 마음은 허공과 같으니, 욕하는 당신의 입술과 혀만 뒤척일 뿐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욕을 하더라도, 못 들은 척하고, 시비를 따지지 않을 것이며,
상대방이 나한테 욕을 한들, 그가 하는 욕은 허공에 타다가 저절로 꺼진 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욕을 하면 당사자만 힘들 뿐 나는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욕하든지 말든지 나는 신경 끄겠다. 욕하면 너의 주둥아리만 아플 것이다'라고 멋지게 한 방 날리고 있다!
물론, 정말 나를 ‘가마 떼기’로 보는 인간한테는 한 번 정도 ‘성질’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말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한테는 ‘욕하든지 말든지’ 무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고전이 오늘날 우리에게 유익이 되는 이유는, 그들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인처럼 똑같이 인생을 살다가 삶을 마감하였기 때문에, 인생의 喜怒哀樂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글에다 온전히 담아냈다. 앞으로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명심보감에 있는 글 귀 중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콕’ 찝어서 연재하려고 한다. 아무리 고전이 좋다고 해도 읽지 않으면 나한테 유익이 없다. 바쁜 현대인을 위해, 정말 유용한(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견해이다.^^) 글귀를 엄선하여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