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행 필유아사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중에서 현명하고 본받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그의 행동을 잘 봐서, 벤치마킹하거나 혹은 나의 본보기로 삼으면 된다. 현명한 사람과의 만남을 싫어하는 이가 있을까? 다만, 일회성 만남에 그치지 말고 그의 행동을 유심히 잘 관찰해서 내가 본받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몇 년 전에, 매우 이기적이라고 평이 난 사람과 같은 학년을 하게 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코딱지만큼도 양보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기 초 나는 최대한 말을 하지 않고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진짜 폭탄은 따로 있었다. 바로 학년 부장!! 흡사 백설공주에 나오는 계모처럼,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미모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다. 그녀는 자기보다 30살 어린 아가씨 선생님을 미모의 경쟁상대로 여기는 기행을 일삼았다. 혹여 그녀가 더 예뻐 보이는 날에는 그 신경질이 우리 모두에게 향했다. 더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끊임없이 부원들의 험담을 하고 다니는 점이었다. 누군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그에 대한 욕을 우리 앞에서 했다. 심한 인신공격성 발언이라 막상 그 당사자에게는 전해줄 수도 없는 내용이 많았다.
어떤 날은 그녀 얼굴을 보는 것이 너무 스트레스라 학교 출근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때 三人行 必有我師 가 생각났다. 너무 그녀가 밉다 보니 이러다가 내가 일을 낼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를 미워하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분석해서 훗날 내가 부장이 되면 하지 말아야 할 리스트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신기하게도 이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 그녀의 미운 행동이 나에게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니 덜 화가 났다. 마치 피겨를 처음 배울 때 잘못된 점프 동작을 알려주며, 이렇게 뛰면 절대 안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때 그녀에게 배운 가장 큰 깨달음은, 대접받고 싶으면 내가 먼저 남을 대접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았다. 최근 나의 언행을 돌아보면, 은근 꼰대 짓을 많이 한 것 같다. 뭔가 부당한 일이 생기면 ‘내 경력이 얼마인데 이런 일을 내가 당해야 하나’라는 말을 지인들에게 했다. 정말 정신 차리지 않으면 꼰대로 갈 것 같다.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