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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학생 Y Aug 26. 2024

스웨이드, 오아시스. 클래스는 영원하다

스웨이드 (Suede) 내한공연과 오아시스 (Oasis) 재결합을 보며

 흥분으로 웅성대는 공연장, 웅장한 전주와 함께 등장하는 멤버들, 어딘가에 홀린 것처럼 미친 듯이 손을 뻗는 관객들, 터져 나오는 환호성. 이 모든 광경들을 바다 건너 먼 나라 50대 아저씨들이 만들었다고 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믿기 어렵겠지만, 1989년 결성해 9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하던 영국 밴드, Suede의 내한 공연 모습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한 마디로 '죽여줬다'. 프런트맨 브렛 앤더슨의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와 셔츠에 기름칠을 한 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헌신적인 무대매너, 기타리스트 리처드 오크스의 묵직한 기타, 무대를 온전히 즐기는 멤버들까지. 공연의 모든 요소가 관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2024.8.23  KBS 아레나

 

물론 '죽여줬다'는 평이 머릿속에서 지배적이지만,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바로 '신(新)과 구(古)의 조화'다. 1989년 결성한 이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음악을 만들어내고 앨범을 발매하는 동안, 하던 것을 답습 하기보다 꾸준하게 진화를 거듭해 온 밴드인 만큼 공연 셋 리스트가 풍부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2년 전 발매되어 최신의 밴드 사운드가 가득한 'Turn off your brain and yell'로 공연의 포문을 열며 관객들의 정신줄을 놓게 만든 후, 1996년 발매되어 브릿팝 특유의 멜랑콜리함을 담고 있는 'So Young'을 지나쳐, 멜로디의 힘을 보여주는 96년작 최고 히트곡 'Beautiful Ones'로 공연을 마치며 시공간을 넘나들어 각양각색의 감성을 들려주는 것은 Suede만의 이다. 이렇게 스웨이드가 보여주는 조화 관객들에게도 전염걸까? 공연장의 관객들은 정말 다양했다. 스웨이드를 위해 모였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나이부터 옷차림까지 전부 제각각이었다. 말쑥하게 카라티를 차려입고 퇴근 후 90년대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온 50대 직장인부터, 머리엔 반다나를 두르고 최신유행 버뮤다팬츠를 입은 채 Rock을 즐기러 온 20대 관객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런 다양한 광경들을 보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밴드 결성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50대 직장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활동한 이 밴드를 20대 대학생이 함께 이 공연을 보러 온 이유는 뭘까? 음악성? 성실성? 브릿팝의 상징성? 유명세?


 결론을 매듭짓지 못하던 중, 오늘 아침 오아시스의 재결합 소식을 들었다. 영국 인구의 반이 콘서트 티켓팅에 참여할 정도로 전설적인 인기를 누리다가 두 형제의 불화로 인해 해체해, 마무리마저 락앤롤의 정석인 이 밴드는 지난 17년간 자체적으로 재결합 떡밥을 생성해왔다. 매번 희망을 품다가 이미 지쳐버린 팬들이었지만, 이게 웬걸?이번엔 진짜다. 맨시티가 우승하면 재결합하겠다더니, 맨시티를 종교처럼 여기는 리암과 노엘도 차마 이걸로는 장난을 칠 수 없었나 보다. 27일 날 진정 재결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겠다고 한다. 무려 오피셜이다. 지금 영국 뉴스들은 두 사람의 재결합 계기, 상황을 미친 듯이 보도하고 있고, 트위터 실시간 1등을 기록할 정도로 영국 국민들의 관심 또한 뜨겁다. 비단 영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이 소식에 흥분하고 있다.


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진부하지만, 스웨이드 공연에 관객들이 들어차고 사람들이 오아시스의 재결합 소식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스웨이드의 퇴폐적이지만 청량한 음악, 노엘이 만들어내고 리암이 부르는 오아시스의 엄청난 멜로디 라인.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가치들은 어디 가지 않는다.


 일시적인 유행들이 난무하는 요즘이다. 유행에 큰 반감은 없지만, 소비하고 나면 무언가 공허하단 느낌 지울 수 없었다. 때문에 스웨이드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 오아시스 재결합에 흥분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더 큰 힘이 된다. 변치 않는 가치가 있고, 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무조건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나는 두 밴드가 몸소 증명하고 있는,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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