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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런 당연한 거 있잖아

(너에게 쓰는 시)

by Judy

그냥, 그런 당연한 거 있잖아

의식하지 않아도 숨을 쉬고

매일 아침이면 해가 뜨는 것처럼

당연하게 일어나는 그런 일들 말이야


알람 소리에 내가 눈 뜨기도 전에

그새 머리맡으로 올라와 낑낑 소리를 내며

온 얼굴을 핥아대던

고작 잠을 자고 일어난 것뿐인데

한 며칠 못 만났던 것처럼

마침내 내가 눈을 뜨고 이름을 불러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던

그런 너와 함께하던 당연한 하루의 시작 같은 거


마침내 늦은 저녁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면

꼭 그 바깥까지 달려 나와서

버선발로 마중 나온다던 옛말을 떠오르게 하던

마치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작 집에 돌아온 것뿐인데

작은 너의 키로 나에게 닿기 위해 점프까지 하면서

하루 종일 나를 기다렸음을 온몸으로 표현해 주던

그렇게나 사랑스럽게 나를 반겨주던

네가 보고 싶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던

현관문을 여는 게 항상 설렜던

그런 당연한 순간들 말이야


너를 만지고 싶을 땐 언제든 만질 수 있었고

너와 하루 종일 껴안고 뒹굴 수 있었던

그냥 그 시간들이 당연했던 날들 말이야

너무 당연해서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았던

그런 시간들 말이야


그 당연한 것들이 너와 함께 사라져서

이제 내게 남은 무수한 시간들은

모두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어

당연히 있어야 할 네가 없고

당연히 함께 해야 할 시간에 혼자 남아있는데

이 순간이 익숙지 않은 게 당연한 거겠지?

네가 없는 시간이 오히려 당연해지는

내가 그렇게 되는 날들이 언젠간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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