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동을 선택한 이유
2008년에 간호 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2009년부터 간호사가 되었다.
간호사가 되면 대부분 공립병원에 취업을 하게 되는데, 공립병원에서 간호사가 되면 처음 일 년은 뉴그랫 (우리 때는 뉴그랫 이라고 했는데) 또는 트랜지셔날 간호사라고 부른다.
처음 일 년은 6개월씩 2개의 스페셜티 병동을 돌게 되어 있다. 병원에 취업을 할 때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지원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자기가 원하는 스페셜팅에서 뉴그랫을 할 수 있고, 운나쁘면 병원에서 지정해주는 병동에서 뉴그랫을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내가 지원한 병동에서 뉴그랫을 하게 되었다.
처음 6개월은 암병동 (암병동은 크게 Oncology와 Haematology)로 나누어지는데 나는 Oncology 종양암병동에서 뉴그랫 6개월을 했고, 두 번째 로테이션은 흉부외과 병동에서 일을 했다.
내가 암병동과 흉부외과를 지원한 데에는 사연이 있다.
학생 시절 간호보조사로 일을 할 때 주고 배정받은 병동이 암병동이었는데 생각보다 바쁘지 않고, 간호사들이 전부 친절해서 암병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흉부외과를 지원한 이유는 내가 한참 한국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를 보고 의사 안중근에 반해서 흉부외과를 지원했었다.
암병동...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간호보조사로는 할 일이 별로 없어서 학생 때 암병동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간호 보조사라서 할 일이 없는 거였다. 이때 이 편안함을 믿고 암병동을 선택한 건 나의 가장 큰 실수...
사람들이 왜 암병동 간호사가 되었냐고 하면 이 이야기를 해주면 전부 다 웃는다.
나의 가장 큰 실수라고 말하면..
하지만 그건 실수는 아니다.
암병동 외에는 관심 있는 전공 분야가 없으니
난 암병동 그리고 임종하는 환자 (Palliative Care 또는 End of life care) 돌보는걸 잘 선택한 것 같다.
간호사를 하면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하는 간호사들도 있고, 특별히 관심은 없지만 간호사로 일하는 간호사들도 꽤 많지만 내가 원하는 간호분야를 한다는 건 좋은 것 같다.
종종 돌보던 환자가 임종을 맞이하고 그 임종을 지켜야 하는 게 슬프지만.
그래도 난 암병동 간호사라서 좋다.
처음 암병동 간호사가 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마음이 따뜻한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