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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Sep 13. 2020

Medication Error

신참 간호사로 살아 남기

오늘은 사고를 쳤다. 그것도 아주 큰 사고를... 뭐... 조금 과장해서... 

내가 3일째 맡고 있는 남자 환자.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약을 주고 있는데 Nurse Educator가 왔다.

옆에 그녀를 의식해서 말로 약 이름과 Dose를 이야기하는데 에듀케이터 왈 dose가 다르다고 한다.

내가 준 약은 Creon 10,000 Unit x 1 tablet이었는데 차트에는 10,000x 2 tablets이라는 거다.

Medication chart를 다시 한번 봤다. 내 눈에는 여전히 1 Tablet인데..

에듀케이터 왈 의사의 처방전이 clear하지는 않지만 2 tablets이라고 한다.

그래서 솔직히 고백했다. 어제 아침, 점심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1알씩 줬다고.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면서 우선 약만 가져다주라고 했다. 

환자에게 약을 주니.. 이 환자분.. 참 까탈스럽다.  오늘 아침에 PICC Line Insertion 하고 나서도 팔에 감긴 드레싱을 풀면 안 되냐고 해서 다른 간호사에게 확인하고 Bleeding 염려가 있으니 오후 아니면 내일 아침에 풀라고 했더니.. 의사가 1시간 있다가 풀어도 된다고 했다며, 의사가 괜찮다고 했는데 왜 간호사가 안되냐면서

의사, 간호사간의 Communication 이 문제라는 등.,, 의사가 간호사보다 더 많이 안다는 등.. 컴플레인은 하셨었다. 


거기에 또 약이 문제였다.  내가 사정을 이야기했건만 이 아저씨 버럭버럭 화를 내며, 항상 1알씩만 먹었다며 자기는 1알에 먹고 배가 훨씬 편했졌으니 2알 안 먹겠다며 의사를 불러오라고 한다. 

조르륵 의사에게 달려가서 이야기를 했다. 한국 인턴이었다. 이 인턴 며칠 동안 안 나와서 사정은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메디케이션 차트에 써진 알쏭달쏭 한 Dose를 보고 볼펜으로 주욱 그으면서 그럼 2알 주라고 한다.

그래서 사정 설명을 하고 의사를 보기 원한다고 했더니 이 의사가 다른 의사 -- 사실 다른 의사가 처방전을 적었다.--에게 이야기를 했는지 다른 의사가 환자랑 이야기를 하고 다시 처방전을 썼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처방전은 아니었다. 보통 10,000 unit X2 Tablets이라고 적어야 하는데

20,000 unit 만 적었다. 어찌 되었던 2알을 주면 되는 거니까.. 별 상관은 없겠지만.. 

3시 45분이 퇴근시간인데 이 시간이 되어서야 일이 끝났다.


그러고 나서 Nurse Educator를 찾아갔다.

잘못된 약을 주었기 때문에 IIMS라는 사고 보고서를 써야 했다.

옆에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 내 잘못도 크지만 의사의 처방전이 좀 애매했던 탓도 있어서 그런지

별다른 이야기도 없었다. 더구나 이 약으로 인해서 환자에게 아무 이상도 없으니.. 

나 랑 핸드 오버한 다른 New Graduate Nurse에게 물어봤더니 그 친구도 1알로 보고 1알만 줬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를 발견한 건 나였기 때문에 나만 IIMS report를 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3일 만에 Medication Error 사건 보고서를 썼다. 


참고로 오늘은 진짜 바빴다.

환자 1.. 이 아저씨

환자 2... 갑자기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는데 서류 준비는 안되었고, 이 환자 베드에 들어올 환자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 3. 아침 일찍 Radiotherapy를 하러 간다고 했다가 연기됐다고 했는데 다시 연락이 와서 치료받으러 내려가야 했고, 계속 Vomiting을 하는데 Anti-emetic이 챠팅 안되어 있었고.. 4일 이상 화장실을 못 갔고,...

에듀케이터 왈 화장실 못 간 거랑 vomiting 이랑 상관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enema를 해야 했다. 

환자 4.. 어젯밤에 Blood transfusion을 했고 아침부터 체온이 38.9였고, PICC line을 수술실에서 넣을 예정이라 NBM였고.. 수술실에 가기 전에 서류 준비도 해야 했다. 


언제나 일은 한꺼번에 터진다.  그래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집에 오기 바로 전에 Nurse Educator 왈 " 오늘은 무지 바쁜 날이었는데 You did well"

칭찬인지 위로인지.. 그나마 에듀케이터가  화를 안내서 다행이다.

내가 오늘 정말 도와줘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 쏟아질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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