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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라떼 Aug 20. 2020

야근하던 날

환자 할아버지의 죽음

오늘은 야근을 했다.

야근을 별로 안 좋아한다. 왜냐면 낮에 잠을 못 자기 때문이다. 사실 밤에 일하는 게 낮에 일하는 거 보다는 덜 힘들다. 그래도 야근은 정말 싫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학이라 나에게 돌아오는 근무시간이 별로 없어 야근을 하기로 했다.

다들 야근은 싫어해서 야근은 신청하면 대부분 일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오늘 야근은 내과 병동이었다. 이제 병원에서 몇 달째 일을 해보니 어느 병동이 편하고. 힘들고, 또 간호사들이 친절한지 대충 아는데 이 병동은 일도 무지 힘들고 간호사들도 친절하지 않다.


잠시도 쉴 새 없이 바쁘다.

지난번 병원 실습 나갔을 때도 다른 병원 이병동에서 실습했었는데 정말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병동이었다. 하지만 간호사가 환자를 골라서 간호할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일해야 했다.

속으로는 하나도 안 기뻤지만.... 


오늘도 역시 시작부터 바쁜 내과 병동..

12시가 넘고 1시가 되자 조금 한가해진 것 같았으니 내가 2시쯤에 한 할아버지 환자의 맥박과 체온, 혈압을 재고 있었을 때 일이 발생했다. 

이 할아버지의 혈압은 괜찮았는데 맥박이 잘 안 잡히고 체온은 전보다 낮았고 몸안 산소 측정이 안됐다. 보통 손이 차가우면 산소율이 잘 안 잡혀서 손을 마사지해주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의

눈이 이상해졌다. 발작 (Seizure)을 일으키신 거  같았다. 그래서 다급하게 다른 간호사들을 소리쳐 부르고  할아버지를 흔들어서 의식을 확인했다.


하지만 의식이 없다. 역시 발작이신 거다. 

오늘 오후에도 발작이 한번 일어나셨다고 한다.

10초도 되지 않아 다른 간호사가 오더니 환자의 의식이 없다고 응급상황팀을 불렀다.

보통은 코드 레드를 누르지만 밤이지요 전화로 응급상황팀에 연락을 했다. 팀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응금상황 카트를 가지고 오고 환자의 바로 눕혔다. 

잠시 후 응급상황팀이 왔다.

영화에서 보는 그대로 상황이 바로 내 눈앞에서 나왔다. 먼저 환자의 입에 산소가 들어갈 수 있도록 기구를 넣어주고 환자의 맥박이 안 잡히자 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리고 환자에게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고...

여러 번의 심폐 소생술을 하고 난 후 환자가 의식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환자가 다시 발작을 시작했다.

그래서 응급상황팀이 다시 심폐소생술을 하고.. 하지만 이번에는 맥박이 떨어져서 전기 충격을 주기로 했다.  

정말 영화 같은 상황이다. 

두 번의 전기 충격.. 

할아버지의 맥박이 거의 희미하다. 응급상황팀이 거의 30분을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환자의 맥박이 안 잡히자 포기하는 것 같았다.  사실 할아버지의 병원에 오신 이유는 복부 통증으로 오셨는데 복부 내에 혈관에 막혀 복부 출혈이 있어서 소생이 불가능하실 거라고 한다. 

결국 응급상황팀을 손을 놓고 가버렸다. 덩그러니 간호사 3명과 나만 남았다.

In Charge 간호사의 지시로 우리는 할아버지의 환자복을 새로 갈아입혀드리고 침대 시트로 새 걸로 갈고.. 몸이 굳어지기 전에 틀니도 끼워 넣어드리고... 대충 할아버지의 얼굴도 닦아 드렸다. 

오후 내내 할아버지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안 됬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연락이 됐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가족들이 올 거라고 해서 할아버지를 독방으로 옮겨드렸다. 

잠시 후 가족들이 왔다.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방으로 안내해드렸다.  곧이어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가족들이 할아버지의 마지막 임종을 지키지 못해서 더욱 슬퍼하시는 것 같았다.

더욱이 따님은 아들 21세 생일 파티가 있어서 핸드폰 울리는 걸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위독함을 몰랐고 할아버지가 결국은 혼자 조용히 돌아가신 것에 대해 자기 자신을 책망을 많이 했다. 

슬퍼하는 가족들을 보는 나도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양로원에서 일할 때 돌보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바로 내 눈앞에서 내가 돌보던 환자가 돌아가신 건 처음이다. 


할아버지 옆에서 할아버지를 지키면서 서있을 때 할아버지가 의자 가져다 앉으라고 해주시던 말..

배가 아프시다고 해서 내가 배를 마사지해주던 일...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랑 이야기할 시간이 많았는데 막상 돌아가시는걸 눈으로 보니

이상했다. 


간호사란 직업.. 앞으로도 이런 일을 많이 볼 텐데...

오늘 할아버지의 죽음을 보면서 간호사란 직업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본다. 

조금 무서웠지만 할아버지 시신이 누워있는 방에 잠깐 들어가서 잠깐 동안 할아버지가 천국에 가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 

앞으로 내가 담당할 환자들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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